200328 김승섭 - 아픔이 길이 되려면
사회 역학에 대한 이야기. 인간 질병의 원인이 사회공동체에 근거한다는 주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또 많은 부분에 대한 나의 무지 혹은 편견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차별이 차별인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이의 아픔, 아플 때 아픔을 말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아픔, 살아남았기에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의 아픔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는지, 공동체가 가져야 할 책임이나 의식 같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지나치게 많은 사례가 쌓여야, 그제서야 치료법을 찾는 사회가 아니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 또 그 일원이 되고 싶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 책에서 여성 동성애자나 FTM 트렌스젠더의 아픔은 논외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 트렌스젠더 수술에 대해 말하며 고환 적출과 여성 성기 수술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10대 청소년 동성애자의 아픔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절반인 군대에 가는 남성 동성애자의 고통에 대해서만 언급하거나, 에이즈의 원인으로 남성 동성애를 지정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주장하면서, 그렇다면 왜 여성 동성애의 에이즈 수치가 낮은지, 두 동성애가 이 지점에서 가지는 차이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소수자 차별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책에서도 그런 소수자 속 소수자인 여성의 아픔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