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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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책은 아닌데, 진도가 빠르지 않다.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로 흘러 넘어가지 않고 나를 관통하고 어딘가 나의 부분들을 건드려 잠깐(또는 한참)은 그곳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계단을 오르 듯 하나하나 발을 디디며 읽어 나가는 중. 그동안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존재, 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동안 굳이 생각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그래서 익숙해져 버렸던 수많은 부당함에 대해 깨닫는다. P42 결혼 후, 아무 의심 없이 돌봄 노동•가사 노동을 자처하고 헌신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임무 수행이라고 여겼다. 문득 회의가 밀려온다. 왜 맨날 나야? 20년 돌봄 노동을 그녀는 멈췄고 남편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말했듯이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 P44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던데 내가 좀 더 현명하게 남자를 이끌었으면 평등한 부부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 P130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고 어울리는 색과 취향이 있듯이 삶의 체형에 맞게 인연도 변해간다. 식물도감 동물도감 속 개체들처럼 사람 역시 멋진 자기 유지를 위해 색을 바꾼다. 인연의 옷을 갈아 입는다. ​ P154 생의 빈틈이나 존재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 P160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최영미의 시 <행복론>부분 ​ P195 왜 우리는 생생한 아픔보다 시든 행복을 택하는가 ​ P200 결혼도 이혼도 인연의 방편이자 나은 삶의 선택이라고 여기면서도 삶의 관성을 깨지도 못하고 사랑의 물음을 놓지도 못하고 나는 살고 있다. ​ P275 타자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라 전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