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위주의, 음식과 관련된, 철학자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표지와 제목만 보고 생각했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근대철학이 남긴 유산,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이 현실 삶에서 야기하는 많은 문제를 배관 설비가 고장난 상황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비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를 중시하는 철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그것이 무엇을 묻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질문을 둘러싼 여러 가정과 추측, 상황과 지식이 필요하다. 오늘날 철학은 이 사실을 무시해왔다. 곧 철학은 절대적 진리나 이분법의 프리즘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지상의 문제를 형이상학이란 이름으로 무시해 왔던 것이다. 화장실에 물이 새고 있었다.
현대인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이 근대철학의 유산이라고 할 때, 그 생각의 근원을 찾아 자신의 현재 사상을 점검하기에 매우 유의미한 책이었다.
다만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사려깊은 실천, 반응 책임감 등)들이 집필의도와 주장의 근거 제시에 비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제시된 문제는 이미 현대 프랑스철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