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전문가 데이빗 앨런David Allen
어지러운 정보들 속에서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를 ‘결정’하는 일도 뇌에 부담을 주며 우리의 의지력을 감소시키고 ‘결정 피로’를 유발한다고 주장
우리는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을 거라는 소모적인 불안 GSA: Gnawing Sense of Anxiety을 느끼며 삽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뇌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들어올 때 우리의 의지력은 약해진다
여가 전문가인 벤 허니컷의 말을 빌리자면 여가란 현재의 놀라움과 신비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허니컷은 그것을 ‘현재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여가란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그리스어에서 여가를 뜻하는 단어는 ‘스쿨school(학교)’과 비슷한 ‘스콜skole’이다. 그리스인들은 여가란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뭔가를 배우고 자기를 계발하며 열정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가는 단순히 놀이와 오락과 사교생활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명상과 사색과 깊이 있는 탐구의 시간이다
사색할 시간이 없고,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삶 속의 신비로운 것들을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의미한 바쁨 속에서 살게 된다고 허니컷은 말한다. “그렇게 살면 우리의 능력은 고갈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대로 ‘마음이 소란스러운’ 상태가 되고 늘 성과에 얽매이게 되지요.”
‘존재 망각’이란 일상생활의 분주함과 바쁨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앤셀의 설명에 따르면 그 노란 물방울은 전전두엽이었다. 전전두엽은 지적 능력의 근원지다. 특히 사람의 전전두엽은 다른 동물들의 것보다 크고 복잡하다. 간단히 말해서 전전두엽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관이다. 앤셀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줬다. 사람이 시간 압박을 받을 때, 마음이 급하고 무언가에 쫓길 때 그 노란 물방울이 색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럴 때 물방울은 수축해버렸다!
앤셀은 36세의 정신의학과 교수로 예일 스트레스센터Yale Stress Center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열심히 일했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명상을 하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목표와 일정을 수시로 조정했다. 하지만 그녀도 자기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소수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앤셀을 비롯한 예일대의 학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의 뇌를 스캔해서 시간에 쫓길 때 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아봤다. 그러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부위가 전전두엽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전전두엽은 사람의 뇌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으로 혈압, 심장박동, 당 수치 등을 조절한다. 나아가 전전두엽은 인지와 연관된 ‘실행 기능’을 관장한다. 즉 우리는 전전두엽을 통해 생각과 추론을 하고, 학습하고,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스스로를 통제한다.
앤셀은 뇌 스캔 사진 속의 ‘작은 아몬드’ 같은 부분을 가리켰다. 그것은 편도체였다. 편도체는 공포, 공격성,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처리한다. 전전두엽이 편도체를 적절히 통제하기 때문에 사람은 문명사회에 어울리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 스캔을 해보면 편도체가 전구처럼 깜박인다. 그럴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 변하고, 화를 내고, 좌절하게 된다
전전두엽은 온화하고 이성적인 유치원 교사 같은 역할을 한다. “전전두엽이 편도체에게 ‘진정해라, 괜찮아’라고 말하는 겁니다.” 앤셀은 어린아이의 이마를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럽게 두 손을 휘저으며 설명했다. “전전두엽은 우리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어쩌다 쌓였다 폭발하는 수준을 넘어 항시적인 것이 된다면? 항상 서두르고, 항상 숨을 헐떡거리고, 항상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고, 항상 뭔가를 걱정한다면? 그러고도 시간이 부족해서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앤셀의 연구에 의하면 그럴 때는 전전두엽도 활동을 중단한다. 뇌 스캔 사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신경세포로 이뤄진 회백질의 양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뇌에서 회백질의 양이 줄어들면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정리하고, 기억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를 억제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자제력을 잃기 때문에 중독이나 파괴적 행동의 위험도 높아진다.5 앤셀의 설명을 들어보자. “과거에는 사람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뇌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뇌가 가소성을 지니고 있어서 계속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죠. 신경세포의 연결이나 기능만 변하는 게 아니고 뇌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아주 새로운 발견이죠.”
뇌는 변화한다. 그리고 항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학자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 자체보다도 스트레스에 관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자신과 생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가 곧 우리의 현실이다.
스트레스란 우리의 삶에 작용하는 힘들을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스웨덴의 인지신경과학 교수인 토르켈 클링베르크Torkel Klingberg
클링베르크가 《넘치는 뇌The Overflowing Brain》 라는 책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사람의 뇌가 작업 기억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 일곱 가지
남자와 여자 모두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멀티태스킹 때문에 좌절감과 짜증과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답변은 여자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왔다. 아빠들은 직장에서 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들은 직장에서 아이들에게로, 집에서 다시 직장으로 이동하며 멀티태스킹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역할 과부하’에 시달리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사람들의 시간이 파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 최초의 사회과학자들 중 하나다. 그는 시간이 파편화되면 인간 경험의 ‘절정’에 해당하는 ‘몰입’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몰입’이란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고 눈앞의 일에 깊이 빠져드는 현상을 가리킨다.
칙센트미하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번에 1.5가지 일을 한다. 그리고 여자들, 특히 엄마들은 한 번에 다섯 가지 정도의 일을 한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두세 가지의 다른 일을 생각하거나 계획한다. 따라서 여자들은 한 순간도 자신의 외부 세계나 내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다. 눈앞의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없는 이런 삶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칙센트미하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게 문제입니다. 여자들은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야근, 실제 업무 효율과 무관한 ‘얼굴 비치는 시간’을 강요할 경우 창의력과 사고력이 감퇴하고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이 늘어나기 때문에 회사의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동자들이 심신의 피로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일에 대한 통제권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생활이 없는 ‘이상적인 노동자’가 돼야 하며 상사가 변덕을 부릴 때마다 일정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시간과 업무 흐름을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을 때, 관리자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일의 내용을 중시할 때, 그리고 노동자들이 가정에서 온전한 생활을 하고 정기적으로 쉬면서 재충전을 할 때 일의 성과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레슬리 펄로Leslie Perlow와 제시카 포터Jessica Porter 교수는 보스턴의 어느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고, 휴가를 일체 쓰지 않고, 전자장비를 이용해 회사와 24시간 연결된 상태로 생활했다. 두 번째 그룹은 주당 40시간 일하고, 휴가를 남김없이 쓰고, 휴무 시간과 퇴근 뒤 시간의 전화 통화는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들의 요구에 충실하면서도 직원들이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간에 사무실과 완전히 단절되도록 한 것이다. 어느 그룹의 직원들이 일을 더 잘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무실과 단절되는 시간을 가진 두 번째 그룹이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일과 삶의 균형도 잘 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배웠고, 팀 동료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졌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결정적으로 첫 번째 그룹의 동료들보다 생산성이 높았다.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휴가를 다 쓰는 직원들은 회사에 오래 남아 있을 확률이 높았을 뿐 아니라 업무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 직원들은 더 창의적이다. 그리고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요구에서 해방된 직원들은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해냈다
영유아기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양육자들과 함께 풍부한 교육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학교 성적도 좋고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의 주장에 따르면 영유아기에 양질의 교육에 투자하면 아이 1명당 연간 6~10퍼센트의 수익(역사 속의 주식시장 수익률보다도 높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높아지고, 직장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미래를 만드는 존재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자율성과 전문성, 목적의식
관리자들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측정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현상 유지의 본성이 있다. 현재 상태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변환time shifting’하고 있습니다.”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한 CEO 팀 로Tim Rowe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는 관리자에게 자기 생활을 ‘관리’당하지 않고 각자가 만들고 싶은 걸 마음껏 만듭니다.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죠.”
현명하게 일한다는 것은 일을 적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일을 다르게 한다는 뜻이다
디그룻은 부부들에게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 생활과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생활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방법을 조금씩 상상해보라고 한다. 부부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결과를 지켜본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다 보면, 나중에는 비전이 분명해지고 그 비전에 도달하는 길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이 설거지와 빨래를 완벽하게 한다고 해서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게 아냐. 우리가 서로 도울 때 화목한 가정이 되는 거지’라고 충고하더군요.”
칙센트미하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자들은 대부분 직장에 있는 시간인 한낮에 가장 행복하고,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30분 사이에 기분이 최악이라고 답했다. 5시 30분부터 7시 30분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다 아는 ‘마녀의 시간witching hour’이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데려오고, 피곤한 아이들에게 숙제를 시키고,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자잘한 청구서와 집안일을 처리하고, 짧은 시간에 아이와 긴밀한 교감을 하려고 애쓰는 시간. 그럼 남자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아침 시간에 기분이 가장 처지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