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18p) 나의 사랑은 몇번의 학습에도 똑같은 문제를 계속 틀리는 열등생 같았다. 내 멋대로 주는 사랑이 맞는 것인 줄 알고,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이 하는일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자꾸 잊었다.,끝난 연극에 대하여,(46p) 세계는 목소리다. 무대 위의 소품, 뻐꾸기 시계처럼 존재하는 날개짓 없는 목소리. 세계는 ‘뻐꾹’하고 울듯이 외쳤다. 아침, 밤, 방, 거리, 침묵, 안전, 세계의 말에는 슬픔도 기쁨도 놀라움도 아픈도 없다.
(49p) 처음부터는 아니었을지라도 선배는 지금 선배의 입술처럼 비틀어진 사람이 되어버렸다. 무슨 이유였을까? 친구들이 취업을 고민할때 브레히트를 말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이제 와 연봉 앞에 부끄러워져서? 오래 사귀었던, 결혼은 말고 동거만 하자던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공무원에게 시집을 가서? 자세도, 표정도, 말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제대로 얻지 못해 뒤틀린 식물처럼, 세월에 쥐어 짜인 사람처럼 선배는 비틀어졌다.
(50p) 감당할 수 없이 그저 뜨겁기만 한 것들은, 가진 것 없이 무한히 자라려는 열망들은 우리안에 사막을 만든다. 푸르른 것 한 줌 자라나지 않는, 기괴한 어떤 것들만 몸을 비틀며 자라나는 사막을 만든 선배처럼,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가장 마음에 꽂히는 게 많은 부분이었다. 재능도 돈도 가진 것 없이 마음만 가지고,,, 결국 현실에 나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부족한 자양분으로 말라비틀어진 것들만 만들며 아쉬운 소리만 할 것인가,,,(허허,,)
(53p) “뭐가 그렇게 슬퍼요? 매일 울게”
세계 “그냥 다. 해가 떠서 해가 질때까지 나는 늘 나이고, 어디로 가긴 가는데 어디로 가는 지 잘 모르겠고, 이게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이게 안슬퍼요?”
-너무 슬퍼요,,,(엉엉)
마치 연극의 배우가 된 것 처럼 세상에서 하나의 배역을 배정받고 이미 짜여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세계와 같이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내가 원하는 내가 과연 될 수 있는 결말인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