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훈클럽이 아니었다면 펼치지 않았을 책이다. 나는 추적 60분도, 그것이 알고싶다도, 궁금한 이야기 Y도 오프닝음악조차 싫어할 만큼 쫄보다. 세상에 온갖 악이 가득하고 굳이 내가 그거까지 알아야 하는가, 생각하는 소시민이다.
이 책의 저자가 원고를 쓴 순서대로 책이 편집되었을지 궁금하다. 아닐 것 같다. 처음에 자극적인 사건들을 앞세운 것은 출판사의 프로페셔널 일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두 번 인용되기 때문이다. 뒤에 인용한 내용이 저자가 처음 인용한 것 같고, 앞에 인용한 부분이 뒤에 인용한 것 같아서. 뭐, 물론 나의 생각일 뿐이다.
소년재판을 하는 내용이 인상깊었다. 아이들에 대해 간략히 나열한 점도 좋았다. 얼마 전에 <이리와 안와줘> 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 연쇄살인범이 교도소에서 쓴 책이 잘 팔리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연쇄살인범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사랑받지 못 하고 자란 이유로 사이코패스가 되었다고 나오는데. (물론 주인공은 그 말은 인정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분칠하려는 게 싫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은 핑계일 뿐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늘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스물 네 살인 내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타던 순간에 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중학생이. 그 아이의 엄마는 실제로 내 또래였고, 나는 그 날 그 아이가 쉼터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저자가 쓴 회심의 문장들을 볼 때 좋았다. 가난한 아버지는 함부로 늙을 수 없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마주치면 고양이로 알지만 인간은 인간을 마주쳐도 조건을 갖춰야 인간으로 인정한다는 인용이나, 우리자기, 같은 표현들이 좋았다. 어느 책에서 판사는 "읽는 노예"라는 낱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읽는 노동을 많이 하는 판사가 꾸준히 다른 책들도 읽는다는 점이 감명 깊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한 어느 구절에 인간이 매일 8시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은 일밖에 없다고 했는데... 인간이 매일 8시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은 일이 아니라 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