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순간, 그는 불현듯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사비나라는 육체의 존재가 그가 믿었던 것보다는 훨씬 덜 중요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의 삶에 각인해 높았던 황금빛 흔적, 마술의 흔적이었다. 그 누구도 그로부터 앗아 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도 전에 일찌감치 그의 손에 헤라클래스의 빗자루를 쥐어 주었드며 그는 그가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을 그의 삶으로부터 쓸어 내 버렸다. 그의 자유와 새로운 삶이 부여한 이 예기치 못한 행복, 이 편안함, 이 희열, 이것은 그녀가 그에게 남겨 준 선물이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사비나 역시 배신의 욕망 뒤에 숨어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것이 목표일까?
테레자는 무엇에 홀린 듯 거울 앞에 꼼짝 않고 서서 자기 몸을 마치 이물질인 양 바라보았다. 이물질이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에게 할당된 것.
"난 오래전부터 당신을 눈여겨보았어요."
"그러면 됐지! 아름다운 여자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여기고 입 닥치세요.!"
신은 자신이 발명해서 조심스레 피부로 감싸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은폐하고 봉합한 체제 내부에 인간이 감히 손을 집어넣으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토마시는 처음으로 마취 상태에서 축 늘어진 환자의 피부에 메스를 대고 확고한 힘을 가해 그 피부를 찢고 다시 정확한 솜씨로 봉합하면서 아주 순간적이지먼 강렬하게 신성모독을 느꼈다.
'자아'의 유일성은 다름 아닌 인간 존재거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에 숨어 있다. 인간은 모든 존재에 있어서 동일한 것, 자신에게 공통적인 것만 상상할 수 있을 따름이다. 개별적 '자아'란 보편적인 것으로부터 구별되고 따라서 미리 짐작도 계산도 할 수 없으며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베일을 벗기고 발견하고 타인으로부터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은유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며 동시에 그 모두가 한결같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우회하기만 했던 경계선을 뛰어넘었다. 나는 바로 이 경계선(그 경계선을 넘어가면 나의 자아가 끝난다.)에 매혹을 느낀다. 그리고 오로지 경계선 저편에서만 소설이 의문을 제기하는 신비가 시작된다.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은(적어도 여러 형태 중에서 최상의 경우라도) 본질적으로 개와 인간 사이의 사랑보다 열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 역사의 이러한 기형태는 아마도 조물주가 계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