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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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영주,한지는 그걸 알았을까. 내가 그의 옆에서 사라진 생물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왔다는 것을. 그것으로 한지에 대한 내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그애가 내 생각을 읽게 될까봐 두려웠었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한지가 내 마음을 알게 된다면 멀리 도망가리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을.,삼 년 전인가, 이 이야기를 읽으면 내 생각이 난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참 좋을 때였다. 소설 구절 하나에도 사무쳐서는 세상의 마지막 연인이라도 된 것마냥 절절하게 굴고는 했다. 그럼 둘 중 누가 한지였고, 누가 영주였냐.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랑하기에 바쁜 사람은 이런 시덥잖은 역할 놀이에 관심이 없는 법이다.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들춰보는 걸 보면 알만하지 않나. 읽고 나니 느껴진다. 그에게 나는 영주였겠구나. 가장 특별했음에도 그랬기 때문에 수없이 망설인 밤들이 있었겠구나. 어느 누구도 이별과 멀어질 수는 없으니까. 깊어지기 전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 같은 건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가끔 이유 모를 배려는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도 한다.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나는 그와 멀어지는 시간동안 서서히 곪았고, 또 시렸다. 그 사람은 나를 좋아했을까? 오늘도 되뇌는 바보 같은 질문. 그가 떠나간 후 우리 참 좋았는데, 늘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 혼자 눈이 멀어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독후감은 모른다는 말을 꽤 많이 했다. 삼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 모양이야. 난. 오늘의 글은 2017년 7월의 빙하에 묻어야겠다. 잊고 싶지만 잃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태어나면 당신을 만나지 않을 테지만 다시 태어날 생각도 없어서. 그저 썩지 말고 잘 살아, 그렇게 마무리 지어야 될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