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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자리가 불편한 건 아니었다. 자기 방식대로 삶을 관리해왔고 거기에 대해 일정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폭음도 하지 않고 여행도 가지 않았다.
청결과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며 스스로 정한 사소한 규칙들을 되도록 지키면서 살아왔다. 기준을 낮게 잡으면 낙천적이 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욕망을 조절하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혼자 맥주캔을 딸 때가 더 좋긴 했지만 어떤 모임에서든 위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자기비하로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고 자신의 마이너리티를 도덕적 무기로 내세우는 옹졸함도 부리지 않았다. 그는 남의 입장을 쉽게 이해하는 편이었다. 피해자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