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데, 이렇게 시리즈별로 나왔길래 다 읽어보려고 하였고 이게 그 첫번째 책이다.
재인과 재헌. 특유의 한강 소설의 무언가가 있다.
되게 건조하고 축축하고 서늘하고 화색빛인데 강렬한 이런 소설. 재헌이 딱 그렇다. 웅크려 있는 모습이라던가 혹은 드문드문 들리는 목소리라던가 재헌이 잘 와닿았다 채식주의자의 영혜와 같달까. 나는 이룬 주인공들을 보면서 되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책은 정말 잘읽었다 많이 길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도 특유의 묘사들이 눈앞에서 생생했다
살이 뭉개어졌다. 등뼈가 오그라들었다. 쇄골이, 갈비뼈가, 무릎과 복숭아뼈가 일제히 우둑우둑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모든 근육과 내장들이 성내며 사방으로 튕겨져나갔다. 그는 어두운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치어들었다. 선혈 같은 저녁빛이 숲 너머로 사위어가고 있었다. 이제 버스는 언덕배기 마을에서 회차점을 돌아올 참이었다.
2020-04-03 15:37:40
그럼 형은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 라고 재인이 물은 순간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2020-04-02 23:21:55
갑작스럽게 치밀어오르는 통증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재헌은 짧은 신음을 토했다.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 그의 초췌한 얼굴이 떨구어졌다. 뱉듯이 그는 말했다.
무엇으로든, 나 아닌 것으로.
2020-04-02 23:21:46
저렇게 형은 혼자로구나, 하고 재인은 생각하곤 했다.
무섭도록 저렇게 혼자로구나.
2020-04-02 23:11:35
재헌의 옆얼굴은 저녁빛의 음영을 받아 상기되어 있었고, 깡마른 몸은 그때만은 마치 거인처럼 보였다.
이렇게 남김없이 불살라버린 뒤에야 하루해가 저무는 것이구나, 하고 재인은 생각하곤 했다. 재헌과 자신의 몸에 불똥 한 점 튀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노을은, 노을에 물든 바다는 뜨겁고 찬연했다.
2020-04-02 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