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룬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사랑할 권리와 의무를 이행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다. 반면에 아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은 말테의 수기를 비롯 문학과 주인공이 읽거나 들은 이야기, 현실에서 겪는 경험(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줄거리), 그가 꾸는 꿈이 섞여 진행된다. 뭔가를 토해내듯 써내며 비로소 안식처로 돌아가는 결말이 이 소설의 신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강화한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가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신화적이고 설화적인 분위기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절대자'에 대한 비유로 읽히게 한다.
많은 인용 글귀와 반복되는 문장, 꿈 이야기와 심리학 교수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상징으로 넘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내면을 쉼없이 들여다보는 주인공과 그것을 담백하게 서술하는 작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