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은이), 김선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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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카야의 고립은 사회적 정치적 불의의 소산이다. 저자는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카야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 해안가의 습지를 무대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면 우리 현대인들은 높은 빌딩 숲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며 하루하루 버틴다. 어느쪽이 더 외롭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닌 가족, 타인를 믿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란 참 힘든 일이다. 일생에서 그런 소중하고 순수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것이다. 전쟁 후유증,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인종 차별, 인간의 외로움, 성장 스토리, 법정 스릴러, 남녀간의 로맨스, 살인 미스터리, 생존 본능,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진화론적 인간의 본성, 생태 과학, 생태 보존, 시 모든것이 포함된 소설이다. p.45 몇 마리가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빵을 쪼아 먹는 바람에 카야는 간지러워 웃음을 터뜨렸지만, 잠시 후에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고, 급기야 목구멍 너머 딱딱한 명치에서 꺽꺽 흐느낌이 비어져 나오고 말았다. 우유갑이 비자 카야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갈매기들마저 그녀를 버리고 떠날까봐 너무 무서웠다. 그러면 도저히 아픔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그녀 주위에 쪼그리고 앉아 회색 날개를 꽉 펼치고 몸단장을 했다. 그래서 카야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갈매기들을 다 모아들고 포치로 데려가 같이 자고 싶었다. 따뜻하고 깃털이 달린 포슬포슬한 몸뚱어리들과 한 이불을 덮고 자면 얼마나 좋을까. p. 171 카야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물떼새가 놀라서 꽥꽥 울며 날아가버렸다. 카아는 해변을 달려 숲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테이트는 카야 뒤를 따라 달리다가 나무들이 있는 데서 딱 멈춰 서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카야는 테이트를 따돌리고 달아나버렸다. 하지만 혹시라도 아직 자기 목소리가 들릴까 싶어 테이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카야, 매번 이런 식으로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어. 가끔은 같이 의논해야 한단 말이야. 현실을 직면해야지.” p. 247 한참 후에야 카야가 말했다. “이제 원하는 게 뭐야, 테이트?" “어떤 식으로든, 네가, 나를 용서해주는 거.” 테이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기다렸다. 카야는 자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카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p. 295 그 후로 책을 아주 많이 읽었어.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데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와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 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일 거야. 생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p. 340 수컷 사마귀가 포니처럼 허세를 떨며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왔다 갔다 하며 구애를 했다. 암컷은 흥미를 보이며, 촉수를 마술지팡이처럼, 마구 흔들었다. 수컷의 포옹이 힘찼는지 부드러웠는지 카야는 알 수 없었지만, 수컷이 생식기로 암컷의 알을 수정시키려 이리저리 찌르는 사이 암컷은 길고 우아한 목을 돌려 수컷의 머리를 물어뜯어버렸다. 쑤시고 박느라 바빠서 수컷은 눈치채지 못했다. 수컷이 제 볼일을 보는 사이 머리가 뜯겨지고 목만 남은 자리가 흔들렸고, 암컷은 수컷의 흉부를 감아 먹더니 날개까지 씹어먹어버렸다. 마침내 수컷의 마지막 앞다리가 암컷의 입안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도 머리 없고 심장 없는 하체는 완벽하게 리듬에 맞춰 교미했다. 암컷 반딧불은 허위 신호를 보내 낯선 수컷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다. 암컷 곤충들은 연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