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시오노 나나미 (지은이), 김석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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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2020. 로마사는 어찌보면 유럽 자체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진 가치관과 정신세계에 로마가 영향을 깊숙하게 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대의 로마를 가장 닮은 현대의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역사 상 최고로 군림한 국가와 개인은 그에 걸맞는 방식과 힘이 있는 법이다. 포에니 전쟁이 끝난 후 로마는 혼란의 시기를 겪는데,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부터 시작하여 마리우스, 술라, 폼페이우스까지 카이사르 이전의 영웅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승자의 혼미>는 담고 있다. 중간중간 언급되는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벌써 날 흥분시킨다. 한번 성한 자는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역사는 인간에게 보여주었다.(p.18) 사회 불안은 흔히 경제 불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경제 불안은 실업자 증가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p.36) 경제적으로 좋은 것이 사회적으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 없다... 이들 실업자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생활 수단을 잃은 자들이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p.41) 날마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 튀는 논쟁이 계속되었다. 논쟁이 아무리 뜨거워져도 서로 욕하거나 상대의 약점을 꼬집지 않았고, 거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편과 저편으로 갈라졌어도 예의와 품위는 엄정하게 지켰다.(p.47) 동등한 권리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동등한 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등한 의무를 부과하고 싶으면 동등한 권리도 주어야 했다. 권리를 공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요구하면 내정 간섭이 된다.(p.61) "무지한 대중은 정치적 목적에서 이루어진 일고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저질러진 일로 믿기를 좋아하는 족속이다."(p.74)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법치국가의 이념을 확립한 로마인은 법이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형편에 맞지 않으면 당연히 바꾸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꿀 경우이도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기존의 법을 바꾸려면 왠지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면 법을 개정할 시기를 놓쳐버린다. 그래서 로마인은 기존의 법을 개정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법률을 성립시켜 종래의 법 가운데 새로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자연스레 해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덕분에 로마는 법전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처럼 쌓일 만큼 많은 법률을 가진 비성문법 국가가 되고 말았다. (p.77)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쉽게 과격해진다. 그리고 중심에 있는 인물보다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들이 더욱 격렬히 대응하게 되는 법이다. 가이우스가 가는 곳에는 험악한 표정를 한 지지자들이 늘 따라다니게 되었다.(p.79) 인간은 사실을 눈앞에 들이대지 않는 한 눈을 뜨지 못하는 법이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예언자라도 무기가 없으면 실패를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마키아벨리라면, 그의 사상을 입장하는 사례의 하나로 그라쿠스 형제를 들지도 모른다.(p.86.) 그것이 바로 그들의 고뇌였다. 적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혼미'였던 것이다.(p.90) "반면에 내 경우, 나를 지켜줄 것은 나 자신의 능력과 성실함뿐입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데에는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책무를 완수하고 싶어하는 자에게는, 고생과 위험에 익숙한 자에게는, 위대한 조상의 명성도, 친척이나 클리엔테스들의 세력도 쓸데없는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그들의 지체 높은 혈통을 보여주는 눈부싱 조상들의 초상에 대해, 나는 나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수많은 전투의 상처 자국을 보여줄 것입니다."(p.108) 공동체 내부에서의 완전 평등을 금과옥조로 삼으면, 이질분자를 배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명문 귀족, 평민 귀족, 기사계급, 평민층, 무산자, 해방노예, 노예, 파트로네스, 클리엔테스 등의 구별이 존재산 로마 사회에서는, 일단 이질분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뒤에는 저항도 적었을 것이다. 차별과 구별은 다르기 때문이다.(p.154) "로마인이 실증적으로 인류에게 가르쳐준 것 가운데 하나는 각 지방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를 통합하는 보편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p.155) 무력 충돌이 예상되는 상태에서 대립하면, 양쪽 다 상당한 압박감을 견뎌내야 한다. 그 최초의 행동은, 이때를 놓치면 두번 다시 좋은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믿고 결단을 내리거나, 더 이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행동에 나서거나, 둘 중 하나의 경우에 일어난다.(제3권 p.183) "이상하게 생각지 마세요. 당신이 누리고 있는 행운을 저도 조금이나마 얻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니까요."(p.204) "동지에게는 술라보다 더 좋은 일을 한 사람이 없고, 적에게는 술라보다 더 나쁜 일을 한 사람도 없다."(p.207) 체제가 갖는 장점은 누가 실행자가 되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가 보장된다는 데 있다. 반대로 체제가 갖는 단점은, 그럭더럭 괜찮은 정도의 성과밖에 거둘 수 없는 현실이 패배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 공동체가 입을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체제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평상시뿐이고, 비상시에는 아무리 체제에 충실하고 싶어도 현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이 유연성을 갖는 체제 확립이 요구되는 것이지만,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드물다.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부르는 숙명을 갖게 마련이기 때문이다.(p.239) 역사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위정자들에게 확고한 정치적 목표를 요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확고한 정치적 목표가 없이 정치를 하면 정책은 전후좌우로 흔들리기 쉽고, 그 결과는 국력의 낭비로 이어진다. 통치를 받는 쪽으로 관점을 옮겨보면 어떨까. 통치자 쪽에서 확고한 정치적 목표가 있든 없든, 결과가 좋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p.251)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흔히 전 단계에서 이룩한 일을 정착시켜, 그것을 현안 문제를 타개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