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6 독립운동가 박상진입니다. 머리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을 모두 지닌 이름난 가문 출신이었지요. 그의 눈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탄탄대로와 가시밭길이죠. 그렇지만 박상진은 가시밭길로 들어섰어요. 박상진이 판사를 꿈꾼 사람이라면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예요. 판사라는 꿈을 드디어 이룬 셈인데 그걸 내던지기가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하지만 박상진의 꿈은 판사가 아니였어요. 그의 꿈은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법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늘 당하고만 사는 평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려고 판사가 된 것입니다. 동사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p.219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의 명이 다하자 압록강을 넘은 가족이 있습니다. 조선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가였던 삼한갑족, 우당 이회영 일가의 이야기입니다. 삼한갑족이란 대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회영 일가는 가족회의를 열어 한반도를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대의가 있는 곳에서 죽을지언정 구차히 생명을 도모하지 않겠다. 만약 고작 몇 개의 단체와 몇몇 사람의 이름만 존재 한다면 말이죠. 그런 역사는 비겁의 역사입니다. 이 시대의 과제는 광복이듯이 우리시대의 과정은 평화통일입니다.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나서면 내가 손해를 많이 보겠구나 했겠죠.
p. 238 최석이 임기를 마치자 순천 사람들은 말 여덟 마리를 준비해 바칩니다. 최석은 이 말들에 짐을 싣고 개경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개경에 도착한 뒤에 순천으로 말을 돌려보내요. 순천 사람들은 몹시 당황했어요. ‘어라? 이런 관리도 있네? 이거 정말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래서 최석 공덕비를 세우는데 그것이 바로 팔마비입니다. 팔마비는 기록상 백성들이 세운 최초의 공덕비예요.
p. 280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임시’였지만 엄연한 정부였습니다. 무르만스크에서 갈 곳을 잃은 한인 노동자들은 분명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지했고, 또 의지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섰지요. 그들은 식민지 국가의 백성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을 지켜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