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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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보건 기구 WHO가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이라고 선언한다 미국, 영국, 한국, 일본, 서유럽의 몇몇 국가들 등 지난 세기에 수면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들이 앞서 말한 몸의 질병들과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들이기도 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심하게 통제된 실험에서는 건강한 성인들에게 4일 동안 당분 같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섬유질이 적은 식사를 하도록 했더니, 깊은 비렘수면 시간이 줄고 밤에 더 자주 깨었다 수면이 부족하면 업무 처리 속도와 기본 업무의 완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연구를 하자마자 일찌감치 드러났다 직원들이 놓치고 있는 역설적인 점은 잠을 충분히 자지 않을 때, 일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온으로 끓이면 시간이 절반밖에 안 걸리는데 중불로 물을 끓이려고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사람들은 종종 내게 이렇게 말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이라고. 무엇에든 어떤 식으로든 논쟁을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기에, 나는 아마 하루 일을 마감할 무렵에 할 일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전날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알려 주고서 말을 끝낸다. 개인의 지도력은 하루 사이로 극적인 차이를 보이면서 요동치며, 그 차이는 이 지도자와 저 지도자의 평균 차이를 훨씬 초월하는 규모다. 그렇다면 하루마다 달라지는 지도자의 능력 오르내림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는 수면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한 가지 요인이다. 중간 관리자와 CEO가 잠을 덜 자면 권위가 덜 먹히고 직원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불어넣기가 더 어렵다는 것도 발견했다.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 50퍼센트 이상은 사실상 수면 장애가 있다고 추정된다 수면 시간이 아주 조금 줄어들어도 업무 성과에 해로운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정직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수면 시간 차이는 20~60분에 불과하다. 잠을 푹 잔 다음 날에는 음식을 덜 먹고 더 건강한 음식을 찾으며, 머리가 더 맑고 더 행복하고 더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다. 대인 관계도 더 나아지고,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업무를 해낸다는 사실도 깨달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한 해 중 평균적으로 잠을 더 잔 달에는 질병에 덜 걸리고, 체중, 혈압, 약 투여량도 줄어들며, 인간관계나 혼인 만족도, 성생활도 나아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매일, 매달, 궁극적으로 매년 이렇게 점점 더 습관이 굳어짐에 따라, 수면을 소홀히 했던 이들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나는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매일 밤 수면 시간이 15~20분만이라도 늘어난다면, 생애 전체로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것이고, 세계 경제 차원에서 수조 달러가 절약되는 등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침구와 옷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할 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상적인 침실 온도는 약 18.3도다.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수면 전문의들은 집의 실내 온도가 얼마인지를 묻곤 하며, 환자에게 현재 설정한 온도보다 1.5~3도쯤 낮추라고 조언할 것이다. 지난주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지? 굳이 카페인이 없이도, 자명종이 없이도 맑은 기분으로 깨어난 적이 언제인지 떠올릴 수 있는지? 이 질문 중 어느 하나에라도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서 성인 중 3분의 2는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인 여덟 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 수면 시간이 으레 예닐곱 시간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잠은 학습하고, 기억하고, 논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능력 등 뇌의 다양한 기능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정신 건강에 유익한 기여를 함으로써, 잠은 우리 감정 뇌 회로를 재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냉철한 머리로 사회적 및 심리적 도전 과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몸의 더 아래쪽에서 잠은 우리 면역계의 병기고를 다시 채움으로써, 악성 종양에 맞서 싸우고, 감염을 막고, 온갖 질병 요인들을 물리치는 일을 돕는다. 잠은 혈액을 타고 도는 인슐린과 당의 균형을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몸의 대사 상태를 복구한다. 또 잠은 식욕도 조절한다. 무분별한 충동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체중 조절을 돕는다. 게다가 잠을 충분히 자면, 영양 측면에서 우리 건강의 출발점이 되는 장내 미생물들이 번성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잠은 심혈관계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룻밤 잠을 설쳤을 때 몸과 마음에 생기는 이상들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새롭게 쏟아지고 있는 이 풍성한 연구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잠은 매일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언제 잠을 자고 싶은지, 그리고 언제 깨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뇌 깊숙이 자리한 24시간 주기의 체내 시계로부터 나오는 신호다. 그 시계는 밤과 낮의 일정한 시간에 피곤하다거나 정신이 또렷하다는 느낌을 생성하는 주기적인, 밤낮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요인은 뇌에 쌓여서 〈수면 압력sleep pressure〉을 가하는 화학 물질이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화학 물질 수면 압력이 더 쌓이며, 그 결과 더욱 졸리게 된다. 낮에 얼마나 정신이 얼마나 또렷하고 주의력이 높은지, 밤에 언제 피곤함을 느끼고 잘 준비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잠을 잘 잘지를 규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이 두 요인 사이의 균형이다. 우리는 어른의 내생적 하루 주기 시계의 평균 기간이 약 24시간 15분이라고 본다. 지구의 자전 시간인 24시간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자긍심이 있는 스위스 시계 제조공이 받아들일 만큼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햇빛은 매일 우리의 부정확한 체내 시계를 절묘하게 다시 맞춘다. 우리가 약 24시간이 아니라 정확히 24시간 주기에 맞추도록 〈바늘을 감는다〉 우리가 밤새도록 90분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을 오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의 90분 주기 내에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비율은 밤이 흐르는 동안 크게 달라진다. 위 그림의 주기 1에서 보듯이, 밤의 전반기에는 90분 주기 내에서 깊이 잠드는 비렘수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렘수면의 비율은 아주 적다. 하지만 밤의 후반기로 옮겨갈수록, 이 시소의 균형점은 옮겨진다. 렘수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깊이 잠드는 비렘수면의 비율은 얼마 안 된다. 주기 5는 이 렘수면이 주류를 차지하는 완벽한 사례다. 처음 잠들었을 때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깊은 비렘수면의 한 가지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솎아 내고 제거하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나중에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꿈꾸는 단계는 이 연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점토를 빚어서 조각상을 하나 만든다고 하자. 먼저 아주 많은 재료를 돌림판 위에 올려놓는다(밤마다 잠이 들 때 새롭거나 오래된, 저장된 자전적 기억들의 덩어리 전체가 올라온다). 우선 남는 재료를 한 움큼씩 떼어 낸다(길게 이어지는 비렘수면). 그런 뒤 잠시 집중적으로 몇몇 부위를 세부적으로 다듬는다(짧은 렘수면). 첫 단계를 마치면, 두 번째로 깊숙이 손을 넣어서 한 움큼씩 떼어 내는 작업이 진행되고(다시 긴 비렘수면 단계), 이어서 좀더 세부적으로 다듬음으로써 군데군데 세밀하게 형태가 빚어진다(좀더 긴 렘수면). 이런 작업 주기를 몇 차례 되풀이하면서, 조각의 균형점을 서서히 옮긴다. 원래 재료 덩어리였던 것에서 이제 모든 핵심 특징들을 다 빚어냈다. 중요한 점토만이 남아 있으므로, 조각가의 작업과 필요한 도구는 남아 있는 점토의 형상을 다듬고 특징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 옮겨 가야 한다(렘수면의 기능이 주로 필요하고, 비렘수면이 할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잠은 우리의 기억 저장 문제를 우아하게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비렘수면의 전반적으로 삭제하는 힘이 주도를 하고, 나중에 렘수면의 새기는 손길이 뒤섞고 서로 연결하고 세부적으로 덧붙이면서다. 인생 경험이 계속 변화하기에 우리의 기억 목록도 끝없이 갱신되어야 하므로, 저장된 경험이라는 자전적 조각상도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는 늘 새롭게 다시 잠을 잘 필요가 있다. 매일 밤 다양한 수면 단계들이 전날의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 기억망을 자동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밤 자정에 당신이 잠자리에 든다고 하자. 하지만 꼬박 여덟 시간을 자고서 오전 8시에 일어나는 대신에, 당신은 아침 일찍 열릴 회의 때문이거나 아침 일찍 연습을 하자고 한 코치 때문에 오전 6시에 깨야 한다. 그러면 잠을 몇 퍼센트 덜 잔 것일까? 논리적으로 보면 25퍼센트다. 오전 6시에 일어났으니, 정상적으로 잘 때인 여덟 시간보다 두 시간이 줄었으니까. 하지만 그 답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 뇌는 필요한 렘수면의 대부분을 수면 시간의 끝부분, 즉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에 배치하기 때문에, 수면 시간으로 따지면 25퍼센트를 잃었지만 렘수면을 보면 60~90퍼센트를 잃게 된다. 그 손실은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오전 8시에 일어나긴 하지만 오전 2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면, 깊은 비렘수면의 상당 부분을 잃는다. 탄수화물만 먹고 단백질을 먹지 않음으로써 영양실조가 일어나는 불균형적인 식단과 비슷하게, 비렘수면이나 렘수면 — 비록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둘 다 뇌와 몸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 의 부족이 뇌에 일으키는 단기적인 변화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 다방면으로 해를 끼친다. 그 이야기는 뒤의 장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잠에 관한 한, 초를 양쪽 끝에서 — 아니 한쪽 끝에서조차 — 태움으로써 잠을 없애는 일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만 9세 아이의 하루 주기 리듬은 아이를 9시쯤에 잠이 들게 한다. 이 시간에 멜라토닌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아이가 만 16세가 되었을 때에는 하루 주기 리듬이 앞당겨져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상태다. 멜라토닌 농도가 상승하는 시점과 어둠 및 수면의 명령이 내려지는 시점이 몇 시간까지 차이가 난다. 그 결과 16세 청소년은 대개 밤 9시에 잠을 잘 생각이 아예 없어질 것이다. 그 시간에는 대개 각성도가 아직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부모가 피곤해지고, 그들의 하루 주기 리듬이 하향 추세에 들어서고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잠을 자라고 지시할 무렵, 즉 10시나 11시경에도 십대 자녀는 여전히 멀뚱멀뚱 깨어 있을 수 있다. 십대 뇌의 하루 주기 리듬이 각성시키는 것을 멈추고 금방 푹 잠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몇 시간이 더 지난 뒤다. 물론 이 때문에 잠을 늦게 잔 여파로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훨씬 더 짜증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모는 십대 청소년이 아침에 〈알맞은〉 시간에 깨어나기를 원한다. 반면에 십대 청소년은 부모보다 몇 시간 뒤에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그들의 하루 주기 리듬은 하향 추세라는 수렁 속에 아직 잠겨 있을 수 있다. 겨울잠에서 너무 일찍 깨어난 동물처럼, 청소년의 뇌도 비틀거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하루 주기 리듬을 완결할 시간과 잠이 더 많아야 한다. 잠은 강력하게 그리고 매우 선택적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을 높인 반면에, 〈잊을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기억은 강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애썼다. 잠을 자지 않은 참가자들에게서는 기억의 그런 인상적인 강화와 차별적인 저장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학습한 단어들을 죽 훑어서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일을 렘수면이 맡고 있지 않았다.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나누는 데 기여한 쪽은 비렘수면, 특히 가장 빠르게 솟구치는 수면 방추였다. 잠자는 동안 수면 방추가 더 많이 생성된 참가자일수록, 기억할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의 기억을 강화하고 잊을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을 적극적으로 제거한 효율이 더 높았다. 근육 기억이란 사실 뇌의 기억이다. 근육을 훈련하고 강화하면 숙련된 기억 루틴을 더 잘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루틴 자체 — 기억된 프로그램 — 은 전적으로 확고히 뇌 안에 자리한다. 잠의 마지막 두 시간은 많은 이들이 그냥 잘라 내고서 곧장 낮으로 넘어가도 괜찮다고 느끼는 시간이다. 그 결과 우리는 아침 무렵의 이 수면 방추를 만끽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적 관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쪽은 밤에 여섯 시간씩 잔 집단의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게 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었다. 하루 여섯 시간씩 자는 행동을 10일 동안 하니,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들에 맞먹는 수준으로 반응에 지장이 생겼다 이 두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세 번째 핵심 발견은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지장을 받는다고 느끼는지 주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고 하자, 그들은 자신의 수행 능력 감소를 일관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즉 주관적인 판단은 실제로 객관적으로 그들의 수행 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술집에서 잔뜩 마셔 놓고 차 열쇠를 움켜쥐고서 〈괜찮아, 얼마든지 몰 수 있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만성 수면 부족 상태로 지내면, 수행 능력 저하, 낮은 각성도, 줄어든 활력에 사실상 순응하게 된다. 지쳐 있는 상태가 자신의 정상 상태, 즉 기준선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년간의 수면 부족 상태가 건강이 서서히 나빠져 가는 것을 비롯하여 정신 자세와 신체 활력에 어떻게 지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은 전자와 후자를 거의 연결 짓지 못한다. 평균 수면 시간을 역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들을 토대로 말하자면, 수많은 이들이 맹목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습관을 고집하는 바람에 자신의 몸이나 마음의 잠재력을 결코 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생리적으로 최적이 아닌 상태임을 모른 채 여러 해 동안 지내고 있다 만성 수면 부족 상태가 모든 수준의 뇌 기능에 미치는 효과에 진정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인구의 1퍼센트에도 한참 못 미친다. 당신이 희귀한 유전자 덕분에 진정으로 잠을 덜 자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평생 동안 1만 2,000분의 1)보다 훨씬 낮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참가자들은 초조해하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한 순간에 흥분하여 들뜬 상태로 넘어갔다가, 다시 몹시 부정적인 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그들은 놀라울 만치 짧은 기간에 부정적이었다가 중립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엄청난 감정적 거리를 가로질렀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수면 부족은 뇌를 부정적인 기분으로 내몰아서 그 상태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잠이 부족한 뇌는 긍정적 및 부정적 양쪽 감정의 극단 사이를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 불안, 주의력 결핍, 부모의 마약 경력 등 다른 고위험 요인들을 감안하여 살펴보면 청소년기 말에 일찍부터 마약과 술에 빠질지 여부를 유년기의 수면 부족 여부를 통해 상당히 예측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밤을 새는 이유로 든 것 중 1위는 시험공부다. 2006년에 나는 그렇게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MRI를 써서 조사하기로 했다. 밤을 새서 공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수면 부족 집단은 잠을 푹 잔 집단보다 뇌에 새로운 사실을 집어넣는(즉 새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이 40퍼센트 떨어졌다 수면 부족 때 그나마 학습할 수 있었던 얼마 안 되는 기억들은 그 뒤로 몇 시간 그리고 며칠에 걸쳐서 훨씬 더 빨리 잊힌다. 잠을 못 잔 상태에서 형성된 기억은 더 약하고, 빨리 증발한다 학습한 뒤 첫날 밤잠을 자지 않으면, 설령 나중에 수면 〈보충〉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 기억이 응고될 기회는 사라진다. 따라서 기억의 관점에서 볼 때, 수면은 은행과 다르다. 잠은 기둥 이상의 것이다. 다른 두 건강 기둥을 받치는 토대라고 말이다. 곧 설명하겠지만, 잠이라는 토대를 빼내거나 아주 조금 약하게 만들면, 식사와 운동에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그 효과는 떨어진다 출근하기 위해 옷을 깔끔하게 또는 세련되게 입는 데 걸리는 시간처럼, 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가장 단순한 틀에 박힌 일상적인 일들조차도 밤에 잠을 덜 자고 나면 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104] 또 잠이 부족하면 자신의 직업을 덜 좋아하게 된다. 수면 부족이 기분을 울적하게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감정 충동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전두엽이 수면 부족으로 활성이 억제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뇌 영상 실험에서 나온 증거를 설명한 바 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더 감정에 휩싸여서 성급하게 선택을 하고 의사 결정을 내렸다. 직장에서 더 중대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워싱턴 대학교 포스터 경영대의 크리스토퍼 반즈Christopher Barns는 선구적인 연구를 했다 반즈는 잠이 부족한 직원이 직장에서 자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남이 해낸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가로채려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발견했다 관리자들의 수면을 몇 주 동안 추적하고, 그 결과를 직원들이 그들을 보면서 뭐라고 하는지를 통해서 지도력을 얼마나 발휘하는지와 비교한 기만적일 만치 단순하면서도 탁월한 연구가 있다(지식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상사가 매일 밤 잠을 얼마나 잘 자는지 전혀 몰랐다는 점을 말해 두자). 관리자가 밤마다 자고 일어나서 기록하는 수면의 질이 더 낮을수록 낮에 자제력이 더 떨어지고 직원들에게 더 함부로 대한다는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후자는 직원들의 말을 통해 평가했다. 관리자가 잠을 제대로 못 잔 다음 날에는 직원들 자신은 잘 잤다고 해도 그날 내내 관리자의 수면 부족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했다. 일종의 연쇄 반응 효과였다. 사업 조직 내 한 상사의 수면 부족이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면서 푹 잔 직원들에게조차도 주의 산만과 생산성 감소를 가져왔다. 선구적인 논문들과 『천재의 유전적 연구Genetic Studies of Genius』라는 저서를 통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더 길수록 지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일본 초등학생 5,000명 이상을 추적 조사한 종단 연구에 따르면, 잠을 더 많이 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성적이 더 나았다고 한다 총 수면 시간이 더 긴 아이들이 자라면서 IQ가 더 높아졌다. 그 더 똑똑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IQ가 더 낮게 나온 아이들보다 일관되게 40~50분을 더 잤다. 수행 향상은 낮의 어떤 시간에 조사하든 관찰되었지만, 아침 수업 시간에 가장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미네소타의 마토메디 교육청이 등교 시간을 7시 30분에서 8시로 늦추자, 16~18세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무려 60퍼센트나 줄었다. 와이오밍 주 테턴 군은 등교 시간을 7시 35분에서 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타당한 시간인 8시 55분으로 옮기는 더욱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6~18세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70퍼센트나 줄었다. 부모에게서 자녀로 수면을 소홀히 하는 태도가 대물림되는 것을 끊고, 자녀의 지치고 피곤한 뇌가 그리도 고통스럽게 갈구하던 잠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잠이 풍족할 때, 마음은 활짝 핀다. 잠이 부족하면, 마음은 위축된다. 자신이 평소에 잠을 충분히 자고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첫째,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답이 〈예〉라면, 수면의 양 그리고(또는)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이렇게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오전 중에 다시 잠자고 싶은 욕구를 느끼거나, 카페인의 도움으로 각성도를 높일 필요를 느끼는 이유는 잠을 충분히 잘 시간을 스스로에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덟아홉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때, 많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한 가지 징후는 아데노신 농도가 여전히 아주 높은 상태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갚지 못한 대출금처럼, 아침이 왔을 때 어제의 아데노신 중 일부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면 그날 내내 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또 대출금의 상환이 미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 수면 부채는 계속 쌓일 것이다. 이 빚은 숨길 수가 없다. 다음 날의 상환 주기로 넘어오고,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로 계속 넘어오면서 매일 지속되는 만성 수면 부족 증상을 낳는다. 이 뚜렷한 수면 채무는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는 느낌을 일으키며, 오늘날 모든 선진국에서 흔히 보는 다양한 정신적 및 신체적 질병들에 기여한다. 매머드 동굴 실험으로 유명한 시카고 대학교의 너새니얼 클라이트먼 교수와 유진 애서린스키Eugene Aserinsky(당시 대학원생)는 1952년 이 측정 집합을 써서 수면 연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해냈다. 람은 그냥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두 전혀 다른 유형의 잠을 번갈아 잔다는 발견이었다. 그들은 각각의 잠을 정의하는 특징인 눈 운동을 토대로 두 유형에 이름을 붙였다. 빠르지 않은 눈 운동, 즉 비렘NREM: Non-Rapid Eye Movement수면과 빠른 눈 운동, 즉 렘수면이었다. 당시 클라이트먼의 또 다른 대학원생이었던 윌리엄 디멘트William Dement의 도움을 받아서 클라이트먼과 애서린스키는 뇌 활성이 깨어 있을 때와 거의 똑같은 렘수면이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때로 꿈 수면dream sleep이라고도 한다. 그 뒤로 비렘수면은 더 세분되었고, 지금은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잠이 깊어지는 정도에 따라서 1~4단계라는 창의성이라고는 없는 이름이 붙여졌다(혹시라도 오해할까 덧붙이자면, 우리 수면 연구자들은 매우 창의적인 부류에 속한다). 따라서 비렘수면 중 3단계와 4단계가 가장 깊이 잠드는 때다. 〈깊이〉는 비렘 1~2단계에 비해, 3~4단계가 깨우기가 더 어렵다는 것으로 정의된다. 여러 해에 걸쳐 연구자들은 잠의 두 단계 — 비렘과 렘 — 가 밤새도록 뇌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는 씨름을 반복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양쪽이 대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은 90분마다 승패가 뒤집어졌다.[18] 처음에는 비렘수면이 지배했다가 렘수면이 탈환하는 식이었다 기억 구조 내에서 한정된 수의 뉴런들과 연결들을 통해 저장 용량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 뇌는 기존 정보의 보유와 새 정보를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sweet spot〉을 찾아야 한다 렘수면 때의 이 기억 대조를 통해 서로 관련이 없던 정보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면 새로운 창의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수면 주기가 반복될 때, 렘수면은 뇌 안에 방대한 정보 연합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렘수면은 심지어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적인 흐름과 요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일반 지식에 해당하는 것 말이다. 즉 정보의 집합이란 것이 단지 기존 사실들을 그러모아서 처박아 둔 목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전에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떠올리거나, 심지어 근본적으로 새롭고 독창적인 착상을 품은 채 아침에 깨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