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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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_outline책 정보
내가 소장하고 있는 파과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2013년판이었고, 2013년판은 현재 위즈덤하우스 개정판과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일단 개정판이 훨씬 두껍고 두꺼운만큼 더 많은 문장들이 추가되었다. 일일이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추가된 내용과 함께 덜어낸 내용도 더러 있는 듯 했다. 몇 단락을 비교해 본 결과 2013년판이 더 나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2013년에 쓰인 소설이 60대 노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의식적으로 여성서사를 담아내려 노력하는 현재의 긍정적 동향과 비교해 보아도 꽤나 선구적이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조각을 비롯하여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그려졌고, 각 인물에게 부여된 서사성 또한 매우 견고하게 짜여져 있어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가끔 너무 긴 문장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심정으로 찬찬히 곱씹어 소화시켰다. 교정 교열을 거쳐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긴 문장 안에 비문 혹은 사소한 의미의 중첩조차 없단 사실이 놀라웠다. 왜냐면 난 그렇게 못 쓰니까.. 내게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는 소설은 아니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이 아직 먼 일이라 그럴지도. 살아보지 않은 나이의 인물을 그려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나는 배우지 않은 것은 좀처럼 그려내지도 상상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인 소설이고 소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긴 문장과 다소 사전적인 단어들의 잦은 등장에 겁을 먹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고 탄탄해서 추천할만 하다.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취급하기엔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 문장이라도 건진다면 의미있는 독서라고 누가 그랬다. 그럼 됐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