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은이), 구스타브 도레 (그림), 이종권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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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곡 : 사랑의 정의와 나태의 죄 "사랑이 선과 악의 근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일러주십시오. 미욱한 저는 아직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궁금할 따름입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의 날카로운 지성은 어디 있단 말인가. 깊이 성찰을 하면 장님이 길잡이를 할 때 빠지는 오류를 깨달을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것을 향해 움직이게 되지. 만일 마음이 어떤 것에 이끌리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야. 마치 불길이 위로 치솟아 올라가는 것처럼 사로잡힌 마음도 열망을 부채질해 사랑의 대상이 기뻐할 때까지 움직이게 되거든." "스승님 말씀 덕분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밖에서 온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혼은 그것이 좋은 사랑인 나쁜 사랑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 문제는 내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앙의 영역이지. 그건 나중에 베아트리체를 만나면 물어보도록 하게나. 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실체적 형상은 나무의 푸른 잎을 보고서야 나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그것의 살아 있음을 결과로 알 수 있지. 사람들은 원초적인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며, 꿀볼이 꿀을 만드는 본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인간도 그 안에 규칙과 욕망을 갖고 있어서 비난할 수는 없는 거야." 나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을 들으면서 안개가 걷히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의 무지가 무너져 내리고 점차 그 자리에 진리의 빛이 비치는 모양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