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인생을 극복하기도...인생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선윤재는 알렉시티미아(감정표현 불능증)판정을 받았지만, 윤재를 포기 하지 않는 엄마와 할멈, 곤이와 도라가 있다.
나의 편도체의 크기는 정상인가??
나의 공감능력을 점검해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무뎌진 내 감성이...
타인에게 또 상처가 되었을까!!
P. 49
책은 내가 갈 수 없은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p.59
- 생일 축하한다.
할멈이 말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내 손을 조물거리며 덧붙였다. 생일 축하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 어딘지 식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날들이 있는 거다.
p. 90
-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 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러지 못했으니까.
P. 127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p.168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을 거라고.
- 너랑 나, 누가 더 불행한 걸까. 엄마가 있다가 없어지는 거랑, 애초에 기억에도 없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죽어 버리는 것 중에서,
나도 답을 몰랐다. 곤이는 한동안 고갤 숙이고 입을 뗐다.
p.171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 206
불을 끄고 책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내겐 풍경처럼 익숙한 냄새였다. 그런데 거기 무언가 다른 게 실려 있었다.
갑자기 마음속에 탁, 하고 작은 불씨가 커졌다. 행간을 알고 싶었다. 작가들이 써 놓은 글의 의미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