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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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나에게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공부를 하는 것처럼 정말 재미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방학숙제따위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을 터인데 그때 언니의 추천으로 알게 된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작가의 <아가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언니가 읽고 있길래 읽어보았는데, 꽤 재밌게 읽었다. 원래 얇은 책도 나의 가냘픈 집중력으로 읽으려면 한 일주일정도는 걸리는데, 정말 재밌어서 금방 읽어버렸다. 49p 그가 어제의 세계를 읽는 동안 실제 세계는 변화와 요동과 전복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무언가를 숨 가쁘게 따라잡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인 물이나 응결된 얼음만큼의 비중을 간직하며 급속 냉각되어 빙산에 갇힌 의식만을 유지하고 살아갈, 꼭 그만큼의 열량만 있으면 되는 나날들. 120p 곤, 보통 사람은 말이지요,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양쪽의 세계에 걸쳐진 감정은 서로 교환되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기껏해야 적정 수준에서의 은폐가 가능할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