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들이 나를 사로 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 속의 완벽하지 않은, 뭔가 하나씩 빠진 것 같은 또는 넘친 것 같은 인물들의 모습은 매우 흥미로웠다.
(97p) ‘신분상승’은 커녕 주정뱅이들에게 맥주잔을 나르고, 일요일에는 형제들의 더러운 속옷이나 빨아야 했던 어린 소녀는, 대학교에서 책을 펴고 하품을 하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생명력을 자신의 내면에 비축하고 있었다.
(189p)
사비나는 작가가 자신의 모든 은밀한 삶, 또한 친구들의 은밀한 삶까지 까발리는 문학을 경멸했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라고 사비나는 생각했다. 또한 그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도 괴물인 것이다.
프란츠는 모든 거짓의 원천이 개인적인 삶과 공적인 삶의 분리에 있다고 확신했다. 개인적 삶 속에서의 모습과 공적인 삶 속에서의 모습은 별개다.
프란츠에 있어서 ‘진리 속에서 살기’란 사적인 것과 공개적인 것 사이에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뜻했다.
(324p)
그는 자신이 어떤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는 일을 했고 그것이 아름답다 생각했다. 그는 내면적 “ es muss sein!” 에 의해 인도되지 않은 직업에 종사하며 일단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들 (그때까지 항상 동정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이해했다.,소설의 특징,책을 읽기 전 사실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 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다. 그때 기억나는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소설에서 말하는 사람이 소설 속 인물이 되었다가 때로는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가 하는 것처럼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361p)
그는 이 이미지에서 탄생했다. 이미 말했듯 소설인물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나는 소설을 읽으며 다른 이야기를 들을때와는 다르게 각각 인물들에 대한 나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가지며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심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단단한 철학과 사상을 담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이 그렇게 심오한 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과 상황들을 통해 담아낸 작가의 철학과 사유는 심오하다기보다는 다채롭고 예술적이였다.
다음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소설을 다시한번 읽어본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