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기자가 쓴 담백한 출장기행기. 문화부 기자의 일답게 대부분 contemporary art industry 의 관련 종사자들을 인터뷰 한 것이 많았으며,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겪은 것을 통해 작가가 바라본 바를 엮어 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몇년전 홍대 카페꼼마에서 새해 기념으로 책 한권씩 공짜로 준적이 있었다. 표지가 예쁘고 미술에 대한 환상이 가득찬 때라 픽한 책이었지만, 몇년동안 펴보지 않은 책이었다. 시간이 지나 미술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꾸준히 한달에 두 번씩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미술모임을 거듭하면서 깨닫게 되는 점은 1)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창의력이란 없다, 2) 예술도 결국 사람의 일이다, 3) 결국 남루하고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바친 삶의 정수가 그들의 작품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작가가 인터뷰한 예술가 중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작가도, 괴팍하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작가도, 저작권 등록을 미처 못하고 저급한 대중아티스트라며 평단으로부터 외면받아온 작가도 그리고 자본주의에 너무도 순응한 예술비즈니스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돈많은 작가도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예술에 더 관심을 들이고 알아갈 수록 환상은 깨지고 작품 속에 가려진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타인이란 단순한 관점으로 알수 없는 복잡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나는 언젠가 '가격(price) 무관하게, 예술이 가지는 힘(power)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가질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늘 말하는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문제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숫자가 중요한 금융자본주의에서는 가격이 가장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