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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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여자는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노인을 바라봤다.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최은영 작가의 이번 단편들은 여성들이 '살아나가는' 서사가 유독 많았다. 오늘 읽은 <미카엘라> 속 주인공은 홀로 상경하여 자신의 앞을 헤쳐나가려는 사람이었고, 주인공의 어머니는 능력 없는 남편과 어린 딸을 부양하기 위해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어머니를 존경하지만 한편으로 답답하게 느끼는 딸의 마음, 어떻게든 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도우려는 어머니의 마음 둘 다 이해할 수 있어 나는 조금 슬퍼졌다. '미카엘라'는 여자 아이들이 흔히 갖는 세례명이라고 한다. 한국 이름으로 치면 민지 정도. 누구나 그 이름을 가질 수 있고, 누구나 다른 이에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다.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 주인공의 이름, 찜질방 할머니의 친구의 손녀 이름. 영영 모르고 살았을 이에게서 불려지는 애틋한 이름이란 우리의 공감을 유도하는 것만 같다. 애도는 이런 거다. 내겐 안면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들도 나처럼 가족에게, 친구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그 관계성이 미카엘라 세례명에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울음에 귀 기울이자. 나 이제 손을 잡아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뜨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