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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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 돈이 통신회사로 흘러간다. 일반 전화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아직 장소의 제약이 있다. 이젠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편리한 것 같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든 이야기를 하는데 돈이 들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 휴대전화니 이메일이니 각종 기능들이 추가되어서 더욱 편리해졌다고 기뻐하겠지만, 그것도 다른 각도에서 조면 기업이 개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법이 보다 교묘해졌음을 의미한다. 길거리에 예쁜 꽃이 피어 있다. 옛날 같으면 집에 돌아가서 “엄마, 꽃이 예쁘게 피었어”라고 전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휴대전화로 찍어서 보낸다. 길을 헤매도 누군가에게 묻지 않고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찾아본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나 커피숍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휴대전화가 뇌의 일부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활동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통신회사를 소유한 누군가에게 전세계에서 돈이 모인다. 그 누군가는 웃음이 멎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는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려가며 공물을 징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만 주면 모두들 열심히 돈을 낸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뜨지 않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재미없는 소재를 올릴 수는 없다. 우리 만담이 너무 웃겨서 선배가 무참해지지는 않을까, 그런 것까지 헤아릴 여유 따위는 없다. 먹고살려면 자신의 만담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승부 끝에 자신만이 출세했을 때 그래도 꺼림칙한 기분이 조금도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섹스하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옛날에는 “밥이나 먹을래?”라고 했다. 사실 밥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아가씨와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 “밥이나 먹을래?”도, 처음 만나자마자 식사만 하고 바고 호텔로 데려갈 수는 없다는 등 여러 가지 귀찮은 암묵의 규칙이 있었다. 세 번 정도 밥을 먹고 나면 그 땐 괜찮다거나 하는 식으로. 젊고 일이 바빠서 잠잘 틈도 없던 시절에는 여자와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꾀어본 적도 있다. “너, 나 좋아하냐?” “응” 하고 끄덕이면 “그럼 이렇게 하자. 원래는 앞으로 두 번 더 식사를 한 다음에 호텔이라도 가자고 꾀어야 하지만, 나는 그럴 시간이 없거든. 앞으로 두번의 식사비와 호텔비를 줄 테니 지금 가지 않을래?” 당연히 그때는 엄청나게 욕먹었다. 뭐 이런 천박한 놈이 다 있냐고. 하지만 세 번 식사를 한 뒤에 섹스흘 해도 된다면 아침 점심 저녁을 하루에 다 먹고 해버리자는 기세였다. 아침에 불러내서 아침밥 먹고, 점심때 불러서 점심밥 먹고, 저녁때 불러서 저녁밥 먹고, 자, 할까? 하고. 미친놈이라고 욕 먹을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중간에 사흘이나 나흘 틈을 두게 되면, 2주일이 걸리는 장기전이 되어버린다. 나는 성질이 급해서 그런게 싫었다. 쓸데없는 말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막상 차를 타보니 놀랐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세상 만사가 이렇다) 우정= 네가 힘들 때 나는 언제든지 도와주겠다. 그러나 내가 힘들 때 너 앞에 나타나서 너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 아무리 와인에 대해 잘 알아도, 소믈리에에게 와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해선 안 된다. 그러면 소믈리에가 중요한 것은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을지 모른다. 그저 “이 와인은 왜 이렇게 맛있지요?” 하고 물어보라. 바람둥이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법 = “OOO씨는 참 좋은 사람이군요”하고 반응 보기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하고 메일을 쓰는게 아니라, 메일을 쓸 만큼만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