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귀를 온몸에 달고 있는 사람. 네게는 이파리 같은 수많은 귀가 달려 있어. 들어주는 사람, 감춰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 끝끝내 후회를 지워주는 사람. 너는 그들을 그들 자체로 가장 그들답게 있게 해주는 사람. 그들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혹시나 티가 섞일까 싶어 조바심내며 불안해하며 조바심내며 불안해하며 가장 정직한 방법으로 뱉어주는 사람. 그래서 너는 가장 가난한 사람. 이름을 지우는 존재라는 거. 네 몸에 여름 나무 이파리 같은 귀들이 쫑긋 제 몸을 세우고, 잘못 듣고 잘 못 들을까 봐 서로 쉬쉬하며 들어주는 사람. 그래 그거, 들어주는 사람..., 들어서 주는 사람."
서문, 「그놈의 문학병」 中 김민정 시인
'한번 깔깔 웃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나는 안다. 그건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 37p.
그는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 독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란다. 그러나 완성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때는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독자들이 읽어야 하니까. 이때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이가 편집자다. 혹시나 오해가 될 만한 부분들, 독자를 좀 더 고려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편집자를 통해 얻는다. 시작할 때는 다른 고려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만, 편집자를 거치면서 수정하고 다듬은 뒤에야 책이 되어 나오는 것.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 39p.
"처음에는 엄마가 작정하고 계속 가지 말라고 말리는 이야기였어요. 자신이 화성에 가려고 아이를 속이는 거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그래도 엄마라면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해서, 일부러 못 가게 막지는 않는 것으로 바꿨어요. 저는 엄마가 그럴 수 있는 것 같은데...."
「김혜정,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의 마음」 65~66p.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 편이에요. 그게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꼭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가 봐요. 어떤 사람들은 왜 네 글에는 음각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하거든요. 왜 애들이 항상 잘되고 행복하냐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그건 제 세계관이고,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제 글에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고,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긍정적인 글을 쓰고 있어요."
「김혜정,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의 마음」 72p.
"작가가 돈을 많이 쓰는 직업은 아니잖아요. 저는 운전을 하지도 않고, 옷 사는 것도 즐기지 않고, 물건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어요. 저의 주요 소비는 여행 다니고 커피 마시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강연을 하지 않아도, 인세로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친한 작가들을 만나서 듣는 대부분의 고민은 어디로 여행 갈까 정도예요. 부유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인생의 가치관이 다른 거죠.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는 거지 뭐, 이런 식으로요. 작가라는 직업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되고 싶은데 먹고사는 일이 걱정인 아이들에겐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갑자기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거고,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 내가 해보고 싶은 건 해봐야 하는 거죠. 해보다가 아니면 다른 걸 해도 되고요. 어쨌든 분명한 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놀이와 일이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좋은 직업이란 거예요."
「김혜정,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의 마음」 74p.
"그런데 사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저는 직관이나 상상력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무엇에 대해 사유하거나 쓰려면 삶이 주는 자극과 경험이 선행되어야 해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혼자 쓰라고 하면 저는 못 써요. 아마 이것은 제가 쓰는 글의 보편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과 비슷한 양식의 삶을 살아야지요.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월요일을 싫어하는 대신 금요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저는 삶의 비루를 계속 느끼면서, 계속 시를 쓸 것 같아요."
「박준, 시인의 마음」 84p.
"제 산문집 제목을 가져오면... 쓴다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쓴다고 해서 내 주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현실이 바뀌는 것은 전혀 아닌데, 그래도 쓰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바뀌는 것 같아요. 왜 여전히 나는 쓰고 있느냐 생각하면, 외부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시각이 바뀌기 때문인 거죠. 그게 쓰는 행위의 첫 번째 목적일 테고요. 대중적으로 잘되지 않아도, 예술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펼치지 않아도 이 첫 번째 목적만 이루는 게 어디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시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도 결국에는 문학 비슷한 걸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삶이어도 첫 번째 목적은 이루어지는 거죠. 쓰는 사람의 정체성으로 세상을 볼 때 조금 다른 것들이 있을 테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준, 시인의 마음」 99~100p.
"어쩔 수 없이 계속 써야 하니까, 쓰면서 극복이 돼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 이거 못 쓸 것 같은데, 어떻게 쓰지?' 하다가도 또 어느 날 그걸 쓰게 되면, '아, 내가 그래도 이 부분을 썼구나' 하면서.... 퇴고할 때도 '이거 못 고칠 것 같은데' 하다가도 어느 순간 고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최은영, 소설가의 마음」 110p.
편집자의 역할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청탁이 없어 다소 기운이 빠졌을 작가에게 마감을 정해주고 작품 쓰기를 독려하는 편집자라니. 사실 이런 시너지는 작가가 편집자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최은영, 소설가의 마음」 37p.
"삶에 대한 만족감이 훨씬 높다는 것. 그건 다른 것 같아요. 좋아요. 작가가 돼서 정말로 좋아요. 책이 나왔을 때 가장 좋았어요. 기뻤고요. 책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 책을 읽는 게, 독자가 생긴 게 너무 좋아요. 힘든 건... 이제 당연히 프로로 활동해야 하니까 더 이상 저한테 '이래서 못 썼어'라고 핑계를 댈 수가 없잖아요. 결과로만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저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져야 하는데,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왜 이렇까?'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좀 힘들어요."
「최은영, 소설가의 마음」 122p.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런 거 있잖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기에 대해 정직해야 하고요. 정직하지 않으면 자꾸 자신을 꾸며서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꾸며낸 자신의 모습을 믿게 되면 겉멋이 돼버리는 것 같아요.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좋지 않은 것, 얼마쯤 부끄럽고 싫은 것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꼭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정직하게 스스로를 아는 것이죠. 그래야 자기 관점으로 세계를 볼 수 있으니까요 소서라가 되고 난 뒤에는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몸 관리를 진짜 잘해야 해요. 저는 이십대에 디스크 판정을 받아서 이 근처 병원에서 두 달 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때 디스크가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 전에는 운동을 전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운동을 2주만 안 해도 바로 디스크가 재발해서,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몸도 계속 좋아지는 것 같아요. 체력은 무조건 좋아야 해요. 그래야 글도 집중해서 쓸 수 있어요. 글 쓸 땐 기운이 쭉쭉 빨려 나가거든요."
「최은영, 소설가의 마음」 129~130p.
"희곡은 원고지에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엑셀 파일 위에 적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가끔씩 생각하곤 해요. 공연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글이고, 무엇보다 배우를 무대 위에 세워야 하는 일이죠. 작가는 무대 뒤에 숨기라도 하지, 배우는 관객 앞에서 존재를 걸어야 합니다. 습작 단계에서 자기 기분에 취해 써놓은 글이 배우들에게는 풀어낼 수 없는 고역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철저하게 이야기를 계산해야 하고, 배우들이 어떻게 들어왔다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무대를 수없이 그려야만 합니다. 희곡뿐만이 아니라 모든 창작의 영역이 다 험난할 거라고 생각해요. 험난해야 하고요. 근데 그 정도의 험난함은 어느 영역에도 다 존재하잖아요. 글 쓰는 일만 특별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재귀, 극작가의 마음」 163p.
해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꿈 이야기다. 당신은 꿈을 이루었는가? 꿈을 이루고 나니 어떠한가? 한때 문학을 꿈꾸었으나 재능의 부족과 환경의 불리함을 탓하기 바빴던 나에게 문학이 돈이 안 되는 건 가장 쉬운 핑곗거리였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일지감치 돈을 벌어야 했고, 그 이후로 일을 쉰 적 없이 먹고살기 바빴던 나에게 문학이라니, 라는 생각을 나는 늘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천추의 한으로까지 남은 것은 아니나,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룬 사람들을 만나, '그래, 거긴 어떤가요? 하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정여울을 만나고 나서는, "한때 문학을 꿈꾸었다"라고 말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꿈꾼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조건과 상관없이 뛰어들어 결코 놓지 않는다는 것이구나, 그를 통해 알았다. 감히 문학을 꿈꾸었다고 말하지 말자, 생각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신의 글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이토록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사람을 나는 이전까지 만난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해야 할 테지만, 어찌 되었든, 그가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깊이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서 부러웠다.
「정여울, 에세이스트의 마음」 169~170p.
"제가 행복을 느끼는 데 어색한 사람이거든요. 사람들은 칭찬해주고 좋아해주는데,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행복을 행복 그 자체로 느끼는 재능이 부족했죠. 그래서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솔직히. 그런데 '이런다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지진 않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코 달라지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내가 살아온 그 삶을 계속 살아야 하니까요. '이 소중한 삶에서 천천히 넓어져가는, 번져나가는 삶을 살아야지' 생각했어요. 누군가가 나한테 요구하는 삶 '대중성'이라는 가치에 휘둘리는 삶은 결코 살지 싶지 않았아요."
「정여울, 에세이스트의 마음」 185~186p.
"어쩌면 문학 평론 쪽에서 그 책을 보고, 저 사람은 이제 문학 평론가가 아니다,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쪽으로 청탁이 안 들어와서 섭섭한 마음도 있었는데, 동시에 자유로워진 느낌도 들어요. 사실 평론을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청탁을 받아서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제가 정말 뭔가에 대해 쓰고 싶을 때, 그때 쓸 거예요. 평론이 아니라 에세이로 쓸 수도 있고요. 문학은 변함없이 여전히 저의 멈출 수 없는 심장인데, 평론가라는 직함은 굳이 없어도 되는 거죠. 그 직함이 없어도 나는 괜찮구나, 단순하게 작가라는 것이 심플하고 좋구나, 싶어요."
「정여울, 에세이스트의 마음」 186p.
"저는 인생에 대해 불평하는 시간이 가장 아까워요. 그 시간은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저도 그런 시간이 있었거든요. '왜 나는 내가 가진 재능만큼 인정을 못 받지?' 이런 생각을 하는 시기도 있었고, '나는 재능이 왜 이렇게 없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돈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자본주의 속 인간의 생존 조건 자체가 너무나 지옥 같다고 생각한 적도 많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제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독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글쓰기를 포기해요? 그리고 왜 불평을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정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정여울, 에세이스트의 마음」 194~195p.
문장이나 단어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백석. 재미있는 단어와 탁월한 묘사는 백석을 따라올 자가 없단다. "눈 떠보니 하루아침에 대박이 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하는지 몰랐다"라고 주책없이 속엣말이 튀어나갔다. '긁지 않은 복권'처럼 허황된 꿈을 꾼 것이 찔려서였을 것이다. 그는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고 밝게 웃었다.
「윤이수, 웹 소설 작가의 마음」 220p.
"그러니까 단 한 줄이라도, 일기라도 쓰라고 해요. 그리고 시작하게 되면 꼭 마무리는 해야 해요. 짧은 글이라도 마무리 짓는 걸 아는 사람이 나중에 긴 글도 쓸 수 있어요."
「윤이수, 웹 소설 작가의 마음」 222p.
그는 모르는, 그에게 미안한 일도 떠올랐다. 그에 대한 험담 아닌 험담을 하거나 험담하는 마음을 품었던 것. 책을 준비하는 많은 문인이 그의 해설을 받고 싶어 했고, 실제로 그는 많은 해설을 썼는데, 편집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이상적인 필자가 아니었다. 여기서 '이상적인'이란 말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마감일을 잘 지키는가, 하는 문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는 마감일을 지키지 않는 평론가로 악명이 높았다. "해설을 신형철 평론가에게 받고 싶다"거나 아예 "신형철 평론가가 언제까지 써주기로 약속했다"라는 말을 저자에게서 들으면, 나는 대뜸 "그러면 출간 일정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계세요."라고 으름장 비슷한 말을 했다. 물론 험담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내 마음의 소리는 험담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해설은 분명 늦게 들어올 테고, 책은 한 달 또는 그 이상 늦춰질 것이며, 그때 가서 나에게 아무리 하소연 해봐야 소용없다'라는 나의 마음의 소리는, 그러나 저자에게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들에겐 자신의 책 마감일은 꼭 지켜줄 거라는, 또는 마감일을 지키지 않더라도 그의 글이라면 상관없다는 마음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는 그런 믿음을 갖게 하는 사람이다.
「신형철, 문학 평론가의 마음」 229p.
"질문을 조금 바꾸면, '평론임에도 사람들이 많이 읽는 이유'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통 평론이라는 것은 순수 이론적인 층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지, 아니면 사회적 이슈 위주로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개인적인 삶의 문제 같은 건 보통 잘 얘기하지 않죠. 근데 저는 그게 아주 중요해요. 제 인생의 이런저런 고민들과 숙제들을 그 공부의 성과로 '감히 이런 얘기 정도는 써도 되지 않을까?' 해서 제가 느낀 어떤 것들을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 글에 실존적인 문제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떄는 작은 이슈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것이 작게나마 다른 글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고는 해요. 물론 공동체적인 것, 사회적인 것과 완전히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라는 게 얼마나 있겠어요. 그러나 사회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생각을 진행해나가는 것은 확실히 평론이라는 엄숙한 장르의 글에서는 흔히 채택되는 방식은 아니죠. 특강 같은 걸 할 때 많이 느기는 건데, 제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주제를 얘기해도 그게 아주 이론적인 문제일 때는 청중의 반응에 한계가 있어요. 근데 자신의 삶이나 고민과 연결되면 반응이 완전히 달라져요. 이를테면 최근에 '위로란 무엇인가, 왜 그리고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이런 작은 주제로부터 철학적인 문제로 올라가서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얘기하면, 어떤 경우엔 울기도 하고 그러세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쩌다 어른>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도 내가 살면서 고민하는 문제를 얘기할 때 관심 있게 보고, 울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요소가 제 글에 있는 거죠. 제가 그런 사람이니까. 어쩌면 한 편의 글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요소가 그런 지점에서 생기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마음」 247p.
"시야의 좁음, 공부의 부족, 사유의 얕음 등등 한두 가지가 아니죠. 사소한 것으로는 경박한 표현들. 뭐랄까? 흥분한 거죠. 저의 기본적인 에너지가 그거잖아요. 이거 너무 좋다, 쓰고 싶다, 이런 거. 근데 흥분 상태로 쓰니까 그게 주체가 잘 안 돼서 경박한 표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점점 많이 제어가 되는데, 예전에는 그런 게 많았어요. 그리고 이론을 세련되게 숙성한 상태로 드러내는 기술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공부한 것들을 다 드러내고 싶어 하는 그런 글들이 예전에 좀 있었죠. 지금은 그렇게 안 쓰죠. 그렇다고 이른바 대중적 글쓰기를 지향한답시고 이론에 대한 공부에서 멀어지는 그런 글쟁이가 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실린 글들은 제 나름대로 그 균형을 잡아보려 한 사례들이에요. 성공적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신형철, 문학 평론가의 마음」 253p.
"근데 지금은 그렇데 못 읽지. 읽다가 재밌네, 싶으면 멈춰서 이 부분이 왜 재밌지 하고 생각을 하거나, 거기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거나, 이런 식의 밑 작업이 들어가."
「금정연, 서평가의 마음」 2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