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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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p.31,주인공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쇼코의 미소에서 이질적인 미묘함을 느낀다.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끄덕거린다거나 하는 제스쳐도 학습된 태도 같았지만 의외로 쇼코는 한국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주인공 가족을 환기시켜준다. 특히 일제 치하 시절을 보내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더욱 절친한 친구가 된다. 쇼코는 공부도 잘했고 무엇보다 사람을 다룰 줄 알았으며 틀에 박힌 사고보다는 훨훨 날아다닐 것만 같은 인상이었다.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간 쇼코를 몇 년 뒤 다시 마주했을 땐 반짝이는 시절의 쇼코는 정말 어디론가 날아간 듯 한 명의 노인으로만 말라갔다. 그 모습을 본 주인공은 은근한 우월감을 느꼈으나 결국 자만감에 비틀어진 꿈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초라함을 느낀다. 이번 단편은 선악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각자의 삶이 있으니 이중적인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나 빼고 전부 NPC 기본 캐릭터로 느껴지는 걸 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나는 분명 특별한 삶을 살아가리라 하는 기대를 나라고 안 하지는 않았다. 보통 이러한 생각에는 적지 않은 우월감과 멸시가 동시에 들어있다.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몰라서'다. 우리는 무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존중하라. 또한 연대하라. 참 좋아하는 말이지만 이 말 앞에만 서면 나는 여전히 주눅이 든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절망을 갉아먹으며 성장한 게 아닐까. 그들의 좌절을 기폭제로 삼은 게 아닐까. 오늘도 돌이키며 반성한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더없이 달려온 시간을 인정한다. 후에 나도 안기고 싶은 사람이 되고자 배움으로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