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닮지 않은 곳, 모두가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짜증내는 곳에서조차도, 꽃의 온기와 꽃의 밝음과 꽃의 향기를 끌어내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향해 꿈꾸는 무엇인지 모른다.
2020-04-13 17:25:29
지구상에 꽃이 출현하기 전까지, 육지는 온통 칙칙한 잿빛과 흙빛으로 가득한 무채색의 세계였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발하기 시작한 순간, 대지에는 온갖 빛깔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꽃이 출현하는 순간, 지구는 진정한 색채의 온기를 지니게 되었다. 소리나 무게 같은 것과는 달리 오직 색채만이 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꽃은 품어 안고 있다.
2020-04-13 17:23:21
지금 내가 그걸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겠구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기다려야겠구나. 누구에게나 하고 싶지만 아직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잖아요. 무겁지만 그 무거움을 감당하면서, 항상 연습하면서 적극적으로 기다려요. 더 좋은 만남이 올 때까지, 더 좋은 우연의 세렌디피티가 일어날 때까지.
2020-04-13 17:22:06
판단’의 본질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비자발적 대응이라면, ‘사유’의 본질은 누가 나에게 꼭 대답을 바라지 않는 순간에도 나만의 질문을 만들고 나만의 해답을 천천히 찾아가는 과정의 적극성에 있다.
2020-04-13 17:09:26
그 사람을 가지고
문장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문장을 시작해
계속 뭔가를 서술해봐요.
판단은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지만
사유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에요
2020-04-13 17:09:07
부산이나 광주까지 산 넘고 물 건너 열심히 달려가서 2∼3시간 강의를 한 뒤 ‘오늘도 무사히 해냈구나’라는 안도감에 뿌듯해지다가도, 강의가 끝나자마자 오지선다형 강의 평가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평생 저런 숫자와 OX식 판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나는 바로 저런 판단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인데’라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2020-04-13 17:07:49
“쉽사리 성을 내지 않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아. 화를 다스릴 줄 안다는 건 그만큼 강하다는 거니까. 분노만큼 강한 게 없지만 그보다 더 강한 건 분노를 참는 거야.”
2020-04-13 17:05:12
그리하여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모험’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의 꿈을 깨닫는 것, 자기 안의 깊은 열망과 마주하는 것, 환경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닐까
2020-04-13 14:33:38
어쩌면’은 온갖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험에 몸을 던질 줄 아는 자의 부사다. 세계를 의심하며 해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믿고 바꿀 용기가 있는 사람의 부사다.
2020-04-12 21:54:32
이 사랑이
부디 영원하기를.
나는 유한하지만
이 사랑은 무한하기를.
그러나 그가 아무런 예고도
작별 인사도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다면,
그 무한한 기대는 어디로 갈까.
2020-04-12 15:41:37
그 모든 삶의 기쁨
기쁨이 오직 당신과 함께해야만 가능한 눈부신 기적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으니까.
2020-04-12 15:41:10
그는 나의 북쪽이고, 나의 남쪽이며, 동쪽이고 서쪽이었다,
나의 일하는 평일이었고 일요일의 휴식이었다,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대화, 나의 노래였다;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
별들은 이제 필요 없으니; 모두 다 꺼져버려.
달을 싸버리고 해를 철거해라,
바닷물을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 엎어라;
이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으니까.
2020-04-12 15:40:31
머리로 들어오는 건 정보나 지식인데 가슴으로 들어오는 건 감동이거든요. 감동하면 지식에서 지혜로 바뀌는 것 같아요.
2020-04-11 17:09:17
바로 내가 찾던 그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는데 그저 행복에 겨운 것. 행복한 일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이미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는 상태. 이것이 욜로나 휘게보다 더 높은 경지의 열락悅樂 아닐까.
2020-04-11 17:06:39
휘게Hygge는 덴마크어로 안락함, 아늑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바쁨과 붐빔을 거부하고 느리고 소박한 삶을 선택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성과나 연봉보다는 삶을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를 개탄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양가감정이 서려 있다. 안정된 직장보다는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일을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자기 삶에 대한 자부심과 우월감도 함께 담긴 것이다.
2020-04-11 17:05:30
‘무찔러야 할 적’과 ‘지켜야 할 우리’를 나누는 삼엄한 경계를 뛰어넘는 용기, ‘지켜야 할 우리’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자비와 포용이야말로 아직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힘이다.
2020-04-11 17:04:13
모두가 집단의 명령에 굴복하여 약자를 짓밟을 때, 단 한 명만이라도 용기를 내어 불의와 폭력을 향하여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다.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끝내 인간이게 만드는 힘. 그것은 인생의 우선순위를 승리나 경쟁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타인을 향한 자비와 공감, 존엄과 정의에 두는 것이 아닐까.
2020-04-11 17:03:48
우리는, 그러니까 내성적인 사람들은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2020-04-10 16:22:13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 과정의 미숙함이 다 드러나는 ‘말’보다는, 어느 정도 드러내되 결정적인 것은 숨길 수 있는 ‘글’이 편했다.
2020-04-10 16:21:55
내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은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말을 할 때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원래 말하려던 바와 전혀 다른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싫었다.
2020-04-10 16:21:46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랑에 필요한 온갖 책임은 회피하는 ‘무늬만 사랑’이 아니라, 차마 수줍어서 말하지 못하더라도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복주머니 같은 마음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2020-04-08 20:20:37
그런데 마음이 예전보다 덜 아픈 것은 철들거나 단단해져서가 아니라, 이제 타인에게 마음을 덜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퍼뜩 깨달았다.
2020-04-08 20:19:28
비밀 없는 관계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비밀이 없으려면 아낌없이 마음을 줘야 한다. 그 사람이 내 비밀을 다 알아도 괜찮다는 느낌, 그에게 내 어두운 마음속 비밀을 다 털어놓아도 그는 내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비밀을 사라지게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음을 준다’라는 표현이 너무도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2020-04-06 17:45:41
세상의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아우르는,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 싶다.
2020-04-06 17:45:34
사랑의 끝까지, 미움의 끝까지, 아픔의 끝까지 걸어가 보고 싶다. 갈 데까지 가보아도,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 세상을 보고 싶다.
2020-04-06 17:45:22
better half
2020-04-06 17:43:22
불안과 불안정성, 미래의 예측 불가능성을 견딜 만큼 정직함이 좋아진 거예요. 멋있어 보이기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게 좌충우돌 끝에 내린 저다움이었어요.
2020-04-06 17:41:35
다만 그게 꼭 세계 일주를 떠나거나, SNS일 필요는 없다는 거죠. 아주 작은 길로도 가능해요. 저는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하면서도 나를 찾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2020-04-06 17:40:50
스스로가 잘 추는지 못 추는지 생각지 말고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2020-04-06 17:39:34
생각해보니 나다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참한 족쇄였다. 정해진 나다움이란 처음부터 없었다. 매순간 달라지고 부서지고 깨어지며 매일 새로운 나로 빚어지고 있었다.,정여울 작가를 참 좋아한다. 진솔하면서 문체가 참 깨끗하고 아름답다. 진짜 투명한 유리 구슬을 보는 듯하다. 햇빛을 받으면 여러 색으로 빛나는.
이번 책들은 여러 챕터들이 하나하나 주는 의미들이 조금씩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생각해볼 거리도 많고 중간중간의 그림또한 아름답다.
그냥 한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작품.
아름답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정여울 작가의 책이 그렇다
뭔가 물방울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