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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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_outline책 정보
하정우란 사람을 깊게 알게 된 책이다. 동시에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책이다. 뻔한 자기계발서가 싫다면, 번아웃이 왔다면, 삶을 조금은 윤택하게 만들어가고 싶은데 뭐부터 할지 조급한 마음이 든다면 읽어보길 굉장히 추천한다. 어릴 적부터 나란 사람을 돌이켜 보면 나를 움직여왔던 힘은 일종의 강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강박, 성적을 통해 나를 증명하고 싶다는 강박, 일탈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박. 대부분의 강박들은 삶과 생각을 절제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었고, 그런 강박들 덕분인지 별탈없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저번학기부터는 번아웃이 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대에 앉긴 했는데 어떻게 패달을 밟을지, 어디로 갈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휴학을 결심했던 것 같다. 쉬고 싶었다. 휴학을 하고 하루종일 누워 있기도 하고 잠도 원없이 잤다. 몸이 편했다. 그러나 여전히 피로했고,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만 같다는 강박때문에 강도 높은 전략 컨설팅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보면 쓰러져 잤다. 매주가 꽉꽉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한결 기분 좋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잘 쉬고 있나?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에는 밤에 무작정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노래 가사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나를 옥죄던 불안감과 걱정들이 별것 아닐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 뒤부터 산책을 나의 취미로 삼았다. 아침에 회사를 갈땐 퍼블리에 올라온 칼럼을 읽었다. 아주 작은 습관들이 하루하루를 만들었다. 여유있는 삶이라는 게 어쩌면 이런 것들 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습관들이 있고, 열심히 할 일이 있고, 불안과 걱정,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도피처를 알고 있는 것. 그래서 내 삶을 내가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하정우란 사람은 여유있는 사람이다. 글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단단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인지가 느껴졌다. 오랜 무명의 세월, 관객들을 통해 수없이 자신을 평가받고, 증명해야 했던 그의 삶이 결코 쉬웠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방향을 알고 걸어나가는 사람이다. 앞으로 나의 삶에 그만 걷고 싶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순간들마다 포기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무생각없이 그냥 한걸음 더 내딛어 다시 걸어보는 용기와 단단함이 나에게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