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정지돈 (지은이), 윤예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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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해진 마음의 틈새를 파고드는 이야기” ⠀ *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뼈 있는 우스갯소리 같은 소설들. ⠀ * 진지함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긴장시킨다. 천천히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굳힌다. 사고는 활발해지지만 마음은 열리지 않게 한다. 때로는 패배감이나 자격지심마저 유발한다. 그러나 정지돈의 소설은 일단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 틈을 만든다. 흘려들어도 괜찮은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깊게 이야기에 빠진 후에야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뼈가 눈에 걸리기 시작한다. “SNS는 시대의 징후이며 휴대폰은 시대의 페티시입니다”(「어느 서평가의 최후」), “나는 인간도 수컷이 임신을 해야 한다, 그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바다의 왕은 장 팽르베」) “인간의 감정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해서 꼭 비인간적인 건 아니야”(「지하 싱글자의 수기)」) 유쾌한 마음은 평소보다 쉽게 열려, 자연스럽게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와 우리는 어떤지, 사회는 어떤지. ⠀ * 한편 그림은 조금 섬찟했다. 문장이 연해진 마음을 파고들었다면, 그림은 잠시 읽기를 멈추게 했다.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들어서는 남자, 허구와 현실의 사이에 선 남자, 화려한 결혼 케이크에 묻힌 ‘지하 싱글자’들. 덕분에 능숙하게 눙치는 문장들의 행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 * 진지하고 견고한 것들이 농담 같은 이야기 앞에 쉽게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단단한 편견과 관습을 함께 비웃으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