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지은이),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 앨리슨 벡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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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깊이 상처받은 사람만이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가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은 신기한 존재여서 같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 오히려 타인의 상처에 무감하고 더 잔인해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모두 외롭고 어린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서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자 했을까. 집합적 몽상의 질서 안에서 우리는 꿈을 누군가 침탈할까,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나만 실패할까 불안하고, 그 꿈이 내 인생을 전혀 설명할 수 없어서, 그 꿈 이외의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하다. 우리가 타자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순간 그 타자는 나의 일부와 연결될 것인데, 그에게서 언젠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의 모습을 미래의 나에게 투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