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시오노 나나미 (지은이), 김석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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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2020. 흔히 서로마의 멸망에 대해 게르만족의 대이동 및 침입이라는 단순한 원인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점에 대해 작가는 반박한다. 로마는 건국 이래 끊임없이 혼란과 위기를 겪어왔으며 매순간 훌륭하게 극복하며 역사를 이어왔다. 따라서 작가는 "결국 강성했던 로마조차 외부의 침입에 무너졌다"라는 사실보다 "그 오랜시간 로마가 어떻게 외세로부터 굳건히 버텨왔는가"에 집중하고 그곳에서 더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8권의 부제가 <위기와 극복>인 이유다. 네로의 자살로 로마는 서기 69년 대혼란을 겪는다. 1년동안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라는 3명의 황제가 등장하고, 내전, 유대전쟁, 갈리아 제국 등장 등의 문제에 봉착한다. 역사가 타키투스는 하마터면 로마의 역사는 69년에 끝날 뻔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동방의 사령관이었던 베스파시아누스가 내전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되찾는다. 그는 말단 병사에서 시작해 총독까지 올랐다가 결국 황제에 자리에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었다. 이로써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혈통이 끝나고 평민 출신의 황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티투스, 도미티아누스, 네르바 황제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어떤 시기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빛을 발할 때도, 아쉽고 허무하게 끝이 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의 위기를 다른 어느 시대의 위기보다 가혹하게 느끼는 성향이 있다.(p.12) 인류는 지금까지 온갖 형태의 정치체제 - 왕정, 귀족정, 민주정, 나아가서는 공산체제까지 - 를 생각해내고 실행했지만, 통치하는 자와 통치받는 자로 양분되는 체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그것을 꿈꾼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은 유토피아일 뿐 현실 사회를 운영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체제가 어떻든 간에, 통치자와 피통치자로 양분되는 체제는 존속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체제가 존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이상, 피통치자는 통치자에게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한다. 통치의 정당성과 권위와 역량이 그것이다.(p.21) 평범한 자질을 가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보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을 피하는 법이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재능이나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여 자신의 입장을 강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기야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평범한 사람도 아니겠지만.(p.42) 우두머리는 승부가 걸려 있는 곳에 직접 나갈 필요가 있다.(p.60) 하지만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리지 않으면 전투의 승리를 전쟁의 승리로 이어나갈 수 없다.(p.76) 하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두 사람은 반드시 서로 적대한다는 타키투스의 인간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쟁심은 우열을 다투는 의식일 뿐, 상대를 적으로 조는 적대심과는 다르다. 특히 두 당사자가 재능을 타고난 경우에는 상대의 능력을 서로 인정해주지 않을까. 질투는 자기가 상대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감정이기 때문이다.(p.95) 하지만 평시에도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니면, 전시에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도움이 될 수 없다. 자기를 따르는 자들에 대한 통솔력이야말로 지도자의 첫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통솔하는 역량이 필요불가결한 이유는 목표 달성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가령 전투에서는 압승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된다. 적군과 아군이 서로 찔러서 둘 다 죽는 것은 단순한 전쟁광이나 생각할만한 일이다. 인류가 도저히 초월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악이 한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이제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압승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p.132) 존경심은 무력보다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이 될 수 있다.(p.176) 그리고 게르만족이 갈리아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상투적으로 써먹는 말은 언제나 자유와 독립이다. 하지만 잊지 말라. 남을 지배하려는 민족치고 이 두 마디를 기치로 내걸지 않은 민족은 하나도 없다는 인간 세계의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p.188) 인간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일은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 해도 잘하지 못하는 법이다.(p.195) 오랫동안 타민족에게 지배당한 역사를 가진 민족은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는 핍박받은 민족이고, 따라서 동정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랫동안 핍박받은 역사를 갖는 것은 정신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자위본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신의 유연성을 잃고 완고해진다. 또한 매사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쉽다. 그리고 가혹한 현실을 참고 견디며 꿋꿋이 살아가야 할 필요성 때문에 꿈에 의존한다.(p.199)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든 꿈을 꿀 수 있다.(p.212) 순수함을 최고의 생활방식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불순만큼 혐오스러운 것은 없다.(p.230) 인간은 유언의 압력에는 반발하지만 무언의 협박에는 반발할 수도 없다.(p.243) 사회 구성원이 모두 평등하면 오히려 외부인을 소외시키게 된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당장 기존 구성원과 똑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정하면 기존 구성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난다.(p.272) "남들 위에 서는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보다 자유가 제한된다." - 카이사르(p.277) 빈약한 체격은 아니지만 키가 작달막하고, 풍채나 행동거지에서 고귀함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성품이 온후하고 순수해서 남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었다.(p.307) "늘 생각하는 일이지만, 기록에 남길 만한 행위를 하는 재능이나 읽을 만한 글을 쓰는 재능 가운데 하나를 신들로부터 부여받은 사람은 참으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p.315) "여기서 짧은 일생을 마칠 거라는 생각, 앞으로의 긴 인생에서 나를 기다리거 있는 커다란 가능성도 모두 여기서 나와 함께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으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p.324)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 해결을 위임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p.364) 후세는 '빵과 서커스'라는 한마디로 요약하여 비난하지만, 유권자라면 누구나 국정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환상이다.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선전의 필요성은 사라진다.(p.377) 무언가를 이루면 이룬대로, 거기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p.378) 인간은 왠지 고귀한 혈통을 타고는 사람에게는 너그럽고, 고귀한 혈통도 아니고 고귀하게 자라지도 않은 사람이 강권을 휘두르면 신경질적으로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p.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