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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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_outline책 정보
한줄요약: 여자는 조기축구하면 안 되나요? 공 하나에 웃고 울고 싸우고,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 이 책을 세번째 대여하여 드디어 읽게 됐다. 개인적으로 유머코드가 섞인 문체와 저자의 배경지식을 남발한 문장은 '불호'이지만... 몸치인 내 인생에도 김혼비의 축구같은걸 만날 수 있을까! 나도 2020년에는 '인생운동' 하나쯤은 발견하고 싶다. '어떤 욕망을 이길 수 있는 건 공포가 아니고 그보다 더 강렬한 다른 욕망이었다' 단체생활에서 오는 피곤함, 두려움으로 회원모집전화를 걸고도 갈등하는 부분... 새롭게 뭔갈 시도하는게 어렵지 않은 내게도 김혼비같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극도로 싫어하는 걸 깨고 들어가서 다른 세계를 만났을땐 감동은 두배가 된다. p.236 "나 전부터 남자들이 너무 부러웠거든! 남편도 조기 축구를 그렇게 재밌게 다니고 아들은 뭐 클럽 축구? 요즘은 조기 축구보다 좀 세련돼 보이는 그런 게 또 있대? 아무튼 그걸 재밌게 다니고, 나도 어렸을 때 편 갈라서 공으로 하는 운동 너무 좋아했단 말이야. 잘하기도 했다? 근데 여자들은 졸업하고 나면 그런 걸 할 기회가 전혀 없잖아. 그냥 집 근처에서 배드민턴치고 헬스 가고 그러는 게 다지. 아니, 근데 나 같은 여자들도 축구를 하고 있다잖아?! 완전 놀라 버렸어! 내가 정말 세상 어떻게 돌 아가는 줄도 모르고 좁은 세상에서 일만 하고 있었구나 싶고 막 두근두근하더라고, 좀 말도 안 되고 웃기는 소린데, 그래 내가 이걸 그동안 그렇게 기다려 온 거였구나 싶었어.” 벌써 세 번째 훈련인데도 여전히 첫날 첫인사를 건네던 그때처럼 다 감추지 못한 설렘이 군데군데 빠져나오는 수줍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언니가 이 대목에서 살짝 벅찼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양손을 양 볼에 갖다 댔다. 물론 언니의 감각과 나의 감각은 다르겠지만, 무언가를 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로 운명적인 만남은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부터 과거를 내어놓는다. 생전 처음 가 보는 낯선 장소에서 오랫동안 품어 온 향수나 그리움을 느끼는 역설적인 감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