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은폐되는 사랑
과연 사랑없이 사는 삶은 가능한가?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사랑은 어떻게 구해져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미국 2000년대 초반에 쓰인 책)에서 절실한 ‘사랑에 대한 점검’으로써 사랑의 의미와 이를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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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정의에 따르면 사랑은 “그 사람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개개인과 영혼을 성장시킬 수 있는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편견과 달리 사랑은 약하고 의존적인 심리가 아니라 정서적 필요를 돌보는 일이고, 일과 사랑은 상충이 아닌 보완관계에 가깝다. “여성은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될지는 몰라도, 모두 사랑을 잃기는 쉽고 되찾기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 사랑을 회복하는가?
일명 ‘이성애적 사랑과 로맨스의 정치학’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되는, 불평등한 이성애가 심화시키는 가부장제 질서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섹스와 마찬가지로 정서적 욕구 또한 하나의 ‘욕망’임을 알고, 이를 도외시하기보다는 가부장제 해방 이후에 바람직한 사랑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다시말해 사랑의 편협한 정의에서 벗어나 연대를 통해 사랑을 충족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 이를테면 책에서 말하는 ‘연대’의 개념, 보스턴 결혼(두 비혼 여성이 남성의 개입 없이 장기간 동거하는 형태)에서 배운 낭만적 우정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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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랑의 형식이든)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사랑하며 적절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부장제 내의 수동적인 사랑’을 사랑이라 착각하여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받는 사랑이 아닌 관계와 결합된 자기애적 사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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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일종의 일관성있게 정립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의의는, 이런 책이나 논의를 통해 사람들 각자 개인의 건강한 가치관을 형성하여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반드시 래디컬한 면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고, 정치성향처럼 극단파에서 중도까지 그 정도가 다양하다고 받아들여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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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며, 설명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없었던 책. 덧붙여,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상당하기에 지침서로 늘 함께 하고 싶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