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독서모임 - 검은 꽃 1주차]
Q. 일포드호의 상징적 의미?
A. 구한말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대한제국의 모습을 나타내는 메타포. 일포드호의 선실에 뒤섞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너진 신분제를 은유하고 있다. 전통이나 명분 같은 것이 더 이상 가치롭지 못한 공간.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못하는 원시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떠나온 나라보다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순적인 공간.
Q. 가장 흥미로운 등장인물?
A. 김이정 - 열 여섯의 어린 소년. 천애고아로 태어나 보부상의 손에 길러진 인물. 소설 속에서 김이정은 암울한 시대 상황과 달리유독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제국의 미래를 은유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애정관계가 된 이연수와 김이정은 빼앗긴 들에도 찾아오는 봄처럼 대한제국을 일으킬 미래의 주역들.
권용준 - 역관의 넷째 아들. 영어를 할 줄 아는 조선인. 물려받은 재산은 탕진했으나 어학실력으로 언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포드호에 올라타고 있는 조선인들이 막연하게 기대감을 품고 있는 인물.(멕시코에 가면 그가 조선인들이 모여살 수 있도록 말을 전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지만 가족이 몰살 당했을 때도 크게 슬퍼하지 않고 한량같던 삶을 살았던 그가 과연 민족의 리더 역할을 자처할 수 있을지 의문.
이종도 - 로열패밀리.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황족. 멕시코에 닿으면 상실된 대한제국의 국권을 호소하려 한다. 그리고 그 호소가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분이 미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자칫 재수없어 보일 수 있는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캐릭터이지만 그의 피가 황실의 것이기 때문에 예견된 그의 몰락이 통쾌하기보다는 가슴이 아프다.
Q. 책의 가장 첫 장에 쓰인 문구의 의미?
- 죽음이 그저 죽음에 불과하다면 시인은 어떻게 될까? (이하생략)
A. 너무 사소해서 기억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을 기리는 문구. 또는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해진 대한제국의 사회상에 빗대어 봤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폄하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