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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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국내든 해외든,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한강이나 아무생각 하지 않아도 되는/ 오늘의, 나만의 안식처가 모든 여행지이다. 돈이 없더라도 지금 현재에서 가장 빠른 도피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다. 전에는 호기심과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할 때, 그냥 거기가 너무 좋으면 같은 지역 같은 나라더라도 몇번을 가서 새로운 기분과 감정, 시각을 경험하고 느끼는게 그냥 너무 좋았다. 쇼핑을 하지 않더라고 그냥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이더라도 걸으며 감정을 느끼고 아무생각 없이 걷는, 그냥 그게 너무 좋았다. 여행에 이유가 없었다 그냥 가고싶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떠났고 지금 현재 내 감정을 느끼는게 너무 좋았다. 내가 여행의 이유가 생긴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디자인이 직업이다 보니 야근이 잦았고, 정답이 없는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야했고, 자신을 평가해야했다. 인턴 때 떠났던 사회생할 후 첫 여행 속초까지는 그냥 그냥 너무 좋은 일몰 여행이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나에게 여행은 현실도피가 되어있었다. 어딜가서 그 공간에 있으면 일이든 사람이든 현재 스트레스 받고있는 것에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받는 고통이 있겠지만 현재 받는 고통과 비교할 수 없었다 절대. 남들은 돈을 벌면 저금 할 때 나는 돈이 생기면 바로 어디든 떠났고, 시간이 생기면 바로 여행을 했다. 그게 내가 잠시라도 행복해지는 하나였다. 작가님이 말씀하신거처럼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더라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_81-82p 미래학자들이 여행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을 때, 의심했었다. 현재 통계 봤을 때도 줄어들지않았다. 늘어났다. 전자기기가 가져다 주는 휴식으로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하고.. 기술이 발전할 수록 사람의 몸은 편해져도 절대 정신적으로는 그만큼의 위로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술과 전자기기가 사람과 더 가까워질수록 그것과 멀어지려고 하겠지 내가 느끼기에 예로는 뉴트로, 아날로그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처럼?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하는 건 맞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잃어버리는 거 처럼?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된다. _109p 그리고 지금은 여행을 떠나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 현재가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나는 그 불안감을 가지고 또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