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형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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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베르베르의 컨택트}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느지막히 일어나 아점을 먹고 괜시리 티비를 틀어두곤 한다. 의미없이 배경음악처럼 켜두는 티비의 음성이지만, 집중하는 시간대가 있었으니 EBS에서 주말 명화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다. 내가 올해 지켜본 바로는 개봉일자가 2010년대인 영화가 <패신저스> 한 번 있었고, 대부분은 세월이 지긋한 명화들이 전파를 탔다. 일이년전만 하더라도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개봉작들 위주로 봐왔던 내겐 고전으로 이름난 영화들을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티비로 볼 수 있어 은근히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이다. EBS 명화 중 기억나는 것 하나가 1997년작 <컨택트>로 외계에서 수신한 신호의 의미를 찾아 직접 우주로 향하는 인간의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렵사리 찾아간 외계 행성에서 주인공은 어릴 적 여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마중나온 외계인을 만난다. 반가움과 당혹감으로 뒤엉킨 채 말을 건네는 주인공에게 외계인은 다정하게 말한다. 멀리서 와준 당신을 위해 보고 싶어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스페이스 보이]를 읽으면서 <컨택트> 생각이 많이 났다. 책에서도 도착한 외계행성은 주인공이 놀라지 않게끔 그가 친숙한 학창시절 고등학교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책 속 주인공은 (의문의 신호 때문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아 먼저 우주로 자원해서 떠났다는 것, 샤넬 디자이너 모습을 한 외계인이 뇌의 구조를 구석구석 설명해준다는 것, 귀환한 주인공이 연예인의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 등이 있지만 말이다. 저자는 한국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의 흐름을 쉬이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나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고 다시 끄집어내는 과정을 생물학적인 지식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컨택트>처럼 우주에서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면, 혹은 한국으로 돌아와 유명세를 겪고 점차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면 좋았을 것 같다. 두 갈래의 레파토리가 탄탄하게 연결되기는 어렵다보니 같은 작품이었는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소설의 결말을 나름대로 유추하며 읽어나가는 즐거움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진1-2: 뇌와 기억에 관한 설명 중 기억에 남는 부분. 냄새만이 분자 자체가 직접적으로 신체에 들어오기에 오감 중 유일하게 왜곡없이 기억된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가게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보다 빠르게 음식 맛의 기억을 환기시키면서 강력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이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