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안드레 애치먼 (지은이), 정지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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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_outline책 정보
{사랑에 빠진 소년의 아찔한 감정선} 사전지식 없이 오로지 책의 표지가 미술작품과 같이 감각적이어서 더욱 인기를 끈 게 아닐까 한다며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의 저자 추천으로 시작한 책. 편견이나 선입견이라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보통 책 표지나 서두에 있는 서평과 추천사를 읽지 않고 넘기는 편이다. 앞의 <읽을 것들은>에서도 책의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에 영화화되어 인기를 끌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영화 또한 전혀 보질 않아서 흥행의 이유를 원작에서 찾고자 했다. 오히려 책 정보를 알고 시작해야했을까, 백지장 같은 상태로 무작정 맞닥뜨린 <그해, 여름 손님>은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생각지 못한 동성애 전개와 상당히 외설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전혀 익숙치 않아 읽던 도중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이 항간의 인기를 끌었고 혹자는 이 책이 영화화된 작품이 인생영화라 꼽는 마당에, 익숙치 않다는 이유로 피하다간 이 책의 진가를 영영 발견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독서를 이어갔다. 완독한 끝에 찾아낸 이 책의 묘미는 치밀한 감정묘사이다. 사랑을 시작한 소년의 감정, 설렘을 자각한 소년의 혼란, 상대도 날 사랑할지 떨리는 불안감, 사랑받는 자의 행복감 등이 섬세하게 서술되어있어 인류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동성애 코드와 외설적 장면 사이에서 다소 혼란스러웠으나 이 책의 핵심은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은 나르시즘처럼 자신을 닮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며, 성적인 표현이 등장하지만 그 자체가 방점이 아니라 두 사람간 사랑의 전개 과정 중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생 접하지 않은 장르였으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덕에 내 안의 다양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진1: 항시와 전무 사이(between always and never)란 표현이 좋아서. 우리의 인생은 항시와 전무 사이다. *사진2: 책 전반이 엘리오의 감정과 생각이 거의 숨막힐 정도로 빼곡하게 묘사되는데, 이 페이지의 물음표 갯수만 보아도 대략 알 수 있을 것. *사진3: 사랑에 빠진 사람은 거절당한다는,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밀쳐내진다는 공포와 격해진 감정에 압도되어 차라리 거절당할 거라면 일찍 그 일이 일어나길 바라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