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뀌었다. 우리는 풍차를 만들것인가, 벽을 쌓을 것인가>
나는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라는 책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평소에 인류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환경’이라는 단어가 사회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라는 단어와 융화되지 못한다면 환경을 위한 기업의 투자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경’과 ‘수익성’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통해 제시한다.
먼저, 이 책을 읽고 크게 충격받은 부분이 있다. 국제 사회에서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큰 파워를 지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까지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가 수동적인 줄로만 알았다. 여러 가지 국제 협약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안되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실행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내 무지에서 비롯된 큰 착각이었다. 교토의정서 때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체가 정부였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그 자체로는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변화 이슈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 기업, 도시, 주정부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자생적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만큼 ‘환경’이 기업들에게 커다란 기회이고 힘이 되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시장의 흐름과 방향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선언 이후에도 미국의 친환경에너지 주가가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기후 리더십 공백을 자시들이 메우겠다고 나서고 있고, 유럽도 정부 차원에서 기후정책에 대해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이 여기서 물러난다면 친환경에너지를 비롯해 향후 형성될 엄청난 규모의 기후변화 관련 시장에서 선도자의 역할을 빼앗기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기후변화와 관련된 권위와 적극성, 주체성 등이 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좌지우지 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잠깐만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환경변화는 곧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어떤 책을 읽다가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환경변화는 물이 끓는 현상과 비슷해서, 99도 까지는 그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는 100도에 이르러서야 여러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분명히 99도에 이르기까지 전조증상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이것이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안심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환경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미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2100년 경 지구의 온도가 3.5℃ 더 높아지면 우리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 국가와 기업이 환경변화를 배경으로 하여 나타나는 국제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더욱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고, ‘환경’을 중심에 둔 국제 경제 시스템과 이를 위한 인프라가 점점 확고히 구축되어가고 있다. 나는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라고 생각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재화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발생된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서 그 양에 상당하는 비용을 내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여 탄소배출권이 남은 기업은 이를 다른 기업에게 팔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수요와 공급이 있어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므로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이 생긴다. ‘탄소’는 이미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준이 된 것이다.
환경과 비즈니스를 연관짓자면, 스마트시티 건설에 관련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때 필수적인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전력망 구축 시 중앙에서 각 가구로 뻗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가구가 직접 전력을 생산 및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는 방식이다. 기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각각의 가구 사이에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기업이 중간 역할을 하기때문에 총비용은 감축되고 각종 자연재해 발생 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기후변화에 자연재해는 무조건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지금 깨달아야 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이 기후 변화를 중심으로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국제 경제 질서의 새로운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키는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도 전 세계 시장에서 독특한 지위를 얻어나가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빠른 성장을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환경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느낀 것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것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세계의 변화에 대해 뜨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 몸담고 있으면서 나침반을 들고 정확한 방향을 같이 찾아주는 동료가 바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속담 중 이런 말이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벽을 쌓는 사람도 있고, 풍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막기 급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바람이 바뀌는 길목에 서있다. 이 바람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