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요즘 내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절로 손이 가게 되었다. 설령 제목에 별 감흥이 없었을지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두 저자의 자연스러운 책 추천 때문에 완독 이후엔 제목에 완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 독서 중 틈틈히 페이지 어플에 읽고 싶은 책으로 등록한 책이 200여권 이토록 쌓이게 되었으니까.
제목부터 공감하게 된 까닭은 근래 들어 내가 독서의 재미와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되어서이다. 그간 내가 독서를 어떻게 해 왔는지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가 독서 황금기였지 않나 싶다. 그 때는 독서를 놀이처럼 즐기고 있어서 부모님이 밤에는 잠에 들라고 불을 끄고 책을 덮으셨을 때에도 몰래 불을 켜서 책을 읽거나 이불 속에 스탠드불을 켜서 숨어 읽기까지 했던 기억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학교에서 방학숙제로 독후감을 써오게 한다거나 요일을 정하여 특정 요일엔 독서일기를 써오게 하는 등 독서에 대한 강요가 시작됐고, 놀이로서의 독서는 그맘때즈음 끝이 났다.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한 것이다.(현명하게도 부모님은 집에 책을 거실과 방에 구비해두어 자연스레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을 뿐, 책 읽으라 강요하신 적은 없다.)
중고등학생때부턴 과제로서의 독서만 행해졌고, 대학 입학 이후부터 사회초년생까지는 당장 눈 앞의 학점이나 취업이라는 인생의 큰 과제를 달성하기에 급급해서 책을 손에서 아예 놓아버렸던 것 같다.
최근 들어서야 회사에서 연차도 쌓이고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다보니 잊고 있었던 책을 찾게 되었는데, 이게 이렇게 재밌고 또 유익한지 미처 몰랐던 것 마냥 빠져들게 되었다. 책을 읽어버릇해야 보고싶은 책도 생긴다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안 읽을 땐 딱히 관심있는 책도 없다가 뒤늦게 독서에 전념하게 된 이후 읽고픈 도서가 나날이 쌓이고 있는 요즘이다.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 서효인과 박혜진이 민음사 편집자이자 시인이자 작가로 두 저자가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거의 매일간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견을 한장 내외로 담아냈다. 일명 독서일기로 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의 6번째 책이라고 한다. 독서일기답게 책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물론 책 내용과 관련있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상을 풀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의 짤막한 독서일기를 읽는 형태라 쉽게 책장이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으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도리어 여느 책보다도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되었는데, 애독가인 두 저자의 독서일기인만큼 한 장 한 장의 깊이와 표현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매 장이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라 절대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들의 사적인 생각과 개인적인 일상들이 녹아져있어 출판사 편집자의 생활이나 그들이 보는 책에 대한 관점, 어릴적부터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좋은 글'의 기준이 각기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글쓴이의 삶이 은은하게 비치는 글일 때 매력적이라 느끼는데, 두 저자는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할 수 있다.
박혜진 편집자처럼 북클럽에 가입해서 서로 좋은 책도 추천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 가장 좋겠지만, 업이 책과 관련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활동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나에게는 책을 읽는 내내 북클럽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효인, 박혜진, 그리고 나만의 비밀 북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