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답게, 미친듯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작가 혹은 주인공 클라인이 암시하는 부분이 있어 스토리를 예측하는게 어렵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떠한 과정으로 어떻게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결론맺어질지 무척 궁금했다. 이것이 바로 베르베르만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2권에 걸친 장편소설임에도 시간 가는줄 모르고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이 책의 흡입력은,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에서도 기인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자료가 상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치밀하고 오랜 시간동안 '잠'에 관한 자료를 조사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책 전반에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잠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깊은 잠에 빠지고, 다시 깨어나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불면증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프랑스 전반에 존재하는 불면증 환자의 실태 등 현대사회의 실태도 담아내고 있다.
베르베르를 통해 다시금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완전한 허구는 원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흥미로워하는 것은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거다. 물론 이 소설의 이야기가 허구인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잠에 대한 의학적인 사실과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현실과 연결지어 풀어나가는 이 스토리가 완전히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과학기술이 훨씬 발전한다면, 인간의 뇌와 잠에 관한 비밀이 모두 밝혀진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온 듯한 작가의 상상력과 그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꼼꼼한 자료 준비가 수많은 독자들에게 있어 무적의 소설을 쓰게 만드는 그만의 노하우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