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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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_outline책 정보
책 이름에 끌려서 읽었던 소설. 어린 아들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 '입동'에서는 눈물과 함께 기대감을 흘렸지만, 이후에 단편은 잘 모르겠더라. 그나마 좋았던 건 '노찬성과 에반'이었다. 그래서 왜 와닿지 않을까, 왜 또 슬프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삶은 행복과 슬픔의 반복이었다. 그 말인즉슨, 사람은 행복을 느껴봐야 슬픔을 안다. 내가 '입동'과 '노찬성과 에반'을 이후로 별 감흥이 없던 것은 나머지 단편소설의 시작이 곧 슬픔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앞선 아쉬움과 별개로 좋은 문장은 많다. 허나 내게 좋은 책은 좋은 문장만으로 각인이 되는 게 아니다. 2019.6.30,한번은 아내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십 분만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내는 사람들이 자길 본다고, 나는 안 그러냐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아내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고, 아이 잃은 사람은 옷을 어떻게 입나, 자식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훔쳐본다고 했다. 나는 그럴리 없다고, 당신이 과민한 거라 설득했다. 그뒤 아내는 주로 온라인 매장에서 장을 봤다. -그 돈 헐자. 빚 갚아야지.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겨우 참았다. 도무지 방법이없어 잠을 설치다,혹 그 돈을 쓰자 하면 아내가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까 뒤척인 날들이 떠올랐다. -응? 그렇게 하자. 저물녘,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진 아스팔트 위로 붉은빛이 번지면 할머니는 스스로 하루 노고를 치하하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능숙한 폼으로 고개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인 뒤"주여, 저를 용서하소서” 했다. -할머니, 용서가 뭐야? 아이스박스 캐리어 옆에서 흙장난을 치던 찬성이 물었다. - 없던 일로 하자는 거야? 할머니는 대답 대신 볼우물이 깊게 패게 담배를 빨았다.담배 연기가 질 나쁜 소문처럼 순식간에 폐 속을 장악해나가는 느낌을 만끽했다. 그 소문의 최초 유포자인 양 약간의 죄책감과 즐거움을 갖고서였다. -아님, 잊어달라는 거야? 찬성이 채근하자 할머니는 강마른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바닥에 톡톡 털며 무성의하게 대꾸했다. -그냥 한번 봐달라는 거야. 의사는 찬성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차트를 보며 노련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너는 노찬성이고? -네? 네 찬성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성과 이름이 같이 불릴 때 좋은 일이 일어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무실에서도 그렇고, 아버지가 입원한 종합병원에서도 그랬다. 길에서 맞는 어둠은 매번 낯설었다. 밖은 깜깜해 지금 내가 지나는 데가 어딘지,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럴 땐 내가 어딘가 무척 먼 곳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