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질문이 사십 년의 세월을 건너 스무 살의 내게 도착했고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과 언어를 건네주었다. 이 도구들을 나는 아직도 사용한다. 물론 오래된 소설이다. 낡았다는 것은 아니다. 낡았다는 것은 극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한 남자를 죽게 하고 한 여자를 다시 태어나게 한 저 치명적인 질문을, 오만한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극복할 수 있는가.
전후 일본의 가치관과 부딪히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투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200쪽이 채 안 되는 소설 속에, 누구의 진실도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하는 법 없이. 소설이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십 년 전의 나는 감격스러워했다. 지금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청춘이란 길고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이란건 그 세대의 가치, 얄팍하고 힘이 없지만 그 시절엔 확고부동하다고 믿어왔던 종이호랑이 같은 신념들.
책 속 인물들은 터널 안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떠나거나 머무른다. 나는 터널 안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이제 발걸음을 옮길 때이다. 책을 덮고 그렇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