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고래. 실로 오랜만에 "말로 형용할 수 없다"는 감상이 떠올랐다. 신화같이 신비로우면서도 실화같이 생생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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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미천한 통찰력으로 이런 대작을 평가할 자신은 없고, 그냥 읽으면서 끙끙 앓았던 부분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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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스카이캐슬의 여성 캐릭터들을 사랑하고 있다. (혜나 예서 사랑해...) 이 고래 속 인물들, 노파와 애꾸, 금복의 윤리와 도덕 따위는 모두 집어치운 생존 욕구, 야망, 욕망을 사랑한다.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그냥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고 가슴이 저렸다. 여성 서사에, 그것도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는 언제나 환영이다. ⠀⠀⠀⠀⠀⠀⠀⠀⠀⠀⠀⠀⠀⠀⠀⠀⠀
금복의 걱정과 칼자국, 문에 대해 말해보자면. 황홀한 사랑과 애처로운 희생, 전적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 나도 한 때 느꼈던 그런 절절한 것들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연인 관계의 덧없음, 양날의 검과 같은 속성, 사랑의 유효함과 쉽게 변질됨에 참 먹먹했고.. 나에게 걱정과 칼자국, 문은 지난 연인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달픔을 집약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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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춘희와 점보. 한없이 순수한 영혼. 춘희가 바라보고 느끼는 세상은 얼마나 기이했을런지. 영화를 보고 펑펑 운 적은 많아도 책 읽다가 펑펑 운 적은 거의 없는데 진짜 우리 춘희 때문에 기차에서 눈물 줄줄 흘렸다.... 혼자 있었으면 오열했을 듯. ⠀⠀⠀⠀⠀⠀⠀⠀⠀⠀⠀⠀⠀⠀⠀⠀⠀
소설의 맛, 이야기의 맛에 흠뻑 빠질 수 있던 귀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