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
리즈 프린스 (지은이), 윤영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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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프린스, 톰보이] 유쾌하게 술술 읽히지만, 마음이 저려 멈칫하게 되는 구석이 참 많았다. 어려서부터 원피스 입는 것을 곧죽어도 싫어하던 여자 어린이. 여성성으로 대표되는 온갖 꾸밈을 거부하며 레즈비언이라고 놀림 받던 어린 날의 예민한 영혼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 (당연히 놀림거리가 되어서는 안되는 부분임. 엉망진창의 아이들이 놀림거리로 사용하는 게 문제.) 여성성과 사회에서 주입하고 기대하는 여성성을 구별하지 못해 여성 혐오를 내면화했던 시간들과 여성성이 구린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희열까지. 한 인간이 성장하며 겪는 온갖 희노애락이 꾹꾹 눌러담겨 있다.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고 주입하는 여성성을 너무나 잘 수행하며 성장해 온 나로서는 그를 깨닫고 집어 던지는 게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는 사회적 기대와 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들을 구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치마를 절대 입지 않는다는 것. 활동하기도 불편하고 계단 올라갈 때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그것만은 확실히 내가 원했던 게 아니란 것을 알기 됐다. 하 이참에 사놓고 몇번 못 입어 아깝다는 이유로 옷장 한켠에 걸어둔 원피스들을 이제는 진짜 치워야 겠다. 앞으로도 더더욱 나다운 것을 찾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