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소중해서 다 읽어버리면 한동안 책장에서 나오지 못할까봐, 조금씩 아껴 읽고 싶다.
“초등학생이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어디서 뭘 할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건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컴퓨터게임을 하던 나에게 대뜸 비키라며 화를 냈다.
엄마에게 딱 하나 있던 자켓이 바닥에 떨어져있는지도 모른체 의자바퀴로 어깨를 찢어버린 것이다.
엄마는 나를 때리지도 이 못난 것아 비난하지도 않고 그 자켓만 보며 하이고 이걸.. 하고 한숨을 쉬었다.
버려질 줄 알았던 자켓의 어깨에는 예쁜 자수가 덮혀졌다.
그리고 엄마는 몇년 더 그 옷만 입으셨다.
외할머니집에는 베개가 많다. 아빠는 명절마다 외할머니집에 꽃자수가 놓인 베개와 이불들을 보며 이게 다 느그 엄마 솜씨라고 자랑했다.
엄마가 나때문에 속상해하실때면 자켓과 위에 덮힌 자수가 생각난다. 어깨 위 자수는 엄마가 나를 낳고 포기했던 많은 가능성이 실처럼 묶여있는 것 같았다.